[98년 행망PC 규격 확정]

내년도 행정전산망용 PC규격은 전기종에 걸쳐 예외없이 상향조정됐다. 이 새로운 규격을 기준으로 조달청이 분류별 입찰을 실시해 최저가 낙찰자를 선정하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공급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이번에 개정된 PC규격의 주요특징으로는 2백33㎒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채택한 펜티엄Ⅱ급 제품이 신설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데스크톱PC의 주력기종이 펜티엄Ⅱ급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데스톱PC의 경우 펜티엄 1백66㎒급에서 MMX 펜티엄 2백㎒ 이상으로 한단계 높아졌으며, 노트북PC도 1백33㎒ 이상에서 MMX 펜티엄 1백66㎒ 이상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도록 처리속도 기준이 높아졌다. 주기억용량도 16MB에서 32MB로 확장됐다.

따라서 올해 조달한 PC규격이 일반 여객선이라고 하면 내년도 규격은 호화유람선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행망용 PC규격 개정과 분류별 입찰 및 최저가 낙찰은 그 방법과 실효성 등에서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같은 PC규격 상향조정은 컴퓨터 사용환경이 고급화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특히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고속화 추세로 인해 불가피한 조치지만 「너무 잦다」는 소리가 높다. 또 각 수요기관의 업무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행정업무용으로 한정되는 PC단말기가 이렇듯 고급화해야만 하느냐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정부의 이러한 행망용 PC규격 상향조정이 우리나라 PC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규격을 정하고 조달가격도 일반 시장가격보다 더 높게 책정해 업계의 개발의욕을 부추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년 규격을 개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본체를 비롯해 입력장치, 그래픽장치, 보조기억장치, 전원공급장치 등 세부적 기준을 정한 후, 이를 다시 분류해 분류별 입찰을 실시하는 것이 국가의 행정전산화를 촉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방법까지 가세해 PC업계의 혼란을 확산시킴은 물론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는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행망용 PC 규격개정이나 조달방식은 이제 완전히 탈바꿈돼야 한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PC규격을 해마다 개정한다 해도 성능이 몇 개월 단위로 높아지는 PC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요처인 행정기관들도 구제품과 신제품을 서로 섞여 사용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행정전산화를 추진하는 데에 PC단말기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면 별다른 무리가 따르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입찰도 현재처럼 분류별로 낙찰된 업체들이 또다시 각 행정기관을 상대로 공급경쟁을 벌일 필요 없이 최소한의 기준에 따라 수요기관별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경쟁에 맡기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행망용 PC가 정부의 행정전산화를 구현하기 위한 한가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규격개정과 조달방식은 곧 그 효과를 기대하기 곤란한 행정규제적 요소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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