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정축년 한해가 어느덧 저물어간다. 올해는 문자 그대로 격동의 한해였다. 특히 국내경제에 한파를 몰고온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유망업체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했으며 D램 가격의 폭락으로 수출경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신서비스 완전경쟁체제 돌입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서비스시장 문호를 열어놓았으며 인터넷에서의 무관세화를 주장하는 인터넷라운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만한 사건들도 적지 않은 한해였다. 과학기술계의 최대 숙원인 과학기술특별법을 제정, 연구개발사업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대북한 전자부품 임가공사업을 개시해 남북교류협력의 물꼬를 텄다. 전자신문사가 격동의 97년을 보내면서 선정한 국내외 10대 뉴스(무순)를 요약, 소개한다.
◇ERP시스템 구축 열기
최근 2∼3년새 국내기업에 인터넷 못지않은 열기를 몰고 온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은 올해 약 7백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올들어 최고조에 달했다. 경영관리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ERP시스템이 경영합리화의 총아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는 삼성, LG, 현대, 대우, 한라, 기아, 한화 등 약 1백여 그룹 계열사 및 중견기업들이 ERP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해 경영효율화 및 최적화를 모색하고 나섰으며 ERP패키지 공급사와 주요 시스템통합(SI)업체들간 상호협력관계 모색도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ERP붐은 IMF 외환위기 불구하고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신개념 PC 속속 등장
올해는 네트워크 컴퓨터(NC)와 휴대형 컴퓨터 등 신개념의 PC가 대거 선보여 앞으로의 PC시장 구도가 다변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네트워크 컴퓨터는 9월에 LG전자가 「넷챔프」라는 NC를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 삼성전자가 「매직스테이션 넷」이라는 넷PC를 출시했는데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데스크톱PC와는 달리 각종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해놓고 네트워크로 연결해 「필요한 업무만을 수행」하는 간결한 컴퓨터 단말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휴대형PC도 소형 노트북PC 이외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개인휴대단말기(PDA) 경쟁이 가시화되고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킨 제2세대 핸드핼드PC(HPC)가 등장하는 등 빠른 속도로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터넷라운드」 부상
지난 7월1일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구촌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본틀」이란 보고서를 전격 발표하면서 인터넷을 사실상 면세(Duty-Free) 지대로 하자는 「인터넷라운드」가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도 독일 본에서 모여 클린턴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본선언」을 채택하는가 하면 일본도 이에 즉각 동조하고 나섰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핀란드 투르크에서 모여 인터넷무관세 원칙을 토대로 전자상거래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채택했다.
우리 정부도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부, 외무부 등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 등에 대한 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
기간통신사업(허가)과 부가통신사업(신고)으로 구분돼온 통신서비스업에 별정통신사업(등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통신업이 등장했다. 정보통신부는 시장개방과 통신서비스업 자유화를 위한 법령 개정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10월17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를 98년 1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로써 인터넷폰, 회선재판매, 국제콜백, 구내통신사업 등 소규모 자본으로 틈새 통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으며 국내 통신시장은 진입과 퇴출이 보다 자유로워지게 됐다.
◇통신서비스 경쟁체제로
지난 6월 제2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 등 10개 신규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선정됨으로써 정부가 지난 92년부터 추진해온 통신시장의 개방에 대비한 경쟁체제구축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사업권을 획득한 개인휴대통신(PCS), 주파수공용통신(TRS) 등 신규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올들어 일제히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통신서비스 환경이 「독과점」환경에서 「무한경쟁체제」로 본격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시티폰의 경우 사업허가 시기를 놓쳐 사업권 반납 등 진통을 겪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까지 겹쳐 이들 신규통신서비스사업자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돼 또 다른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부품임가공 남북협력 「물꼬」
전자부품의 임가공사업을 통해 남북간 경제교류가 시작됐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영수)은 북한 대동강공장에서 인터폰, 마이크, 앰프, 코일, 단자 등 5개 전자부품 3억원어치를 임가공, 11월27일 인천항을 통해 들여왔다. 북한에 컬러TV조립공장을 보유한 LG전자가 현지조립 물량을 반입한 적은 있으나 중소기업이 북한에서 임가공물품을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내년부터 한국코어와 동원정밀, 성신 등 3개업체가 추가로 참여, 대북 전자부품 임가공사업의 참여업체수는 극동음향, 삼화전자공업, 서진전자공업 등 7개 업체에서 10개 업체로 늘어난다.
메모리 반도체값 폭락
지난 3월 10달러 선에서 시작된 16MD램 제품의 가격하락 행진은 연말까지 단 한번의 쉼표도 없이 계속됐다. 1개월에 1달러가 떨어지면서 10월초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5달러선이 붕괴됐다. 바닥을 모르고 계속된 가격하락 행진은 결국 11월들어 생산원가 수준인 4달러 선까지 무너뜨렸고 급기야는 12월초 들어 16MD램 일부 저가모델의 미주지역 현물시장 가격이 2달러 10센트라는 경악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외 D램 업계는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으며 64MD램으로 세대교체를 서두르는 등 활로모색에 부심했다.
◇전자업계 구조조정 회오리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은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해왔던 국내 전자업계에도 거센 한파를 몰고 왔다. 올 연말 단행된 전자업계의 구조조정 내용에는 한계사업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함께 조직축소, 인력감축 등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극약처방들이 포함되면서 한해를 정리해야 하는 가장 바쁜 연말에 국내 전자업계 종사자들의 일손을 놓게 하고 있다. 특히 IMF체제 아래에서 각 기업들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는 상대업체에 이관하고 반대로 경쟁력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인수하는 대형거래(빅딜)에 나설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국내 전자업계의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 특별법 제정
정부가 국가과학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한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3월 제183차 임시국회를 통과, 4월10일 제정, 공표됐다. 오는 2002년 6월30일까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될 이 특별법의 골자는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정부의 연구개발투자 확대목표치(정부 총예산의 5%)를 명시하는 동시에 그 계획과 실적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정부의 연구개발투자 확대 의지를 국회 차원에서 점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의 과학기술관련 주요 정책, 연구개발 계획, 사업의 조정과 과학기술 관련예산의 확대와 효율적인 집행 등에 관한 사항까지 심의하도록 해 과학기술처의 종합조정 기능을 강화했다.
◇전자업체들 부도 도미노
지난 1월말 컴퓨터유통업체인 한국IPC 부도사태로 시작한 전자업계의 98년은 내노라하는 중견 전자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부도도미노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올해초 멀티그램을 비롯,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이후 그동안 외형성장에 주력해 온 2백여개 중소 전자업체들이 부도로 소리없이 문을 닫은데 이어 하반기들어서는 산업전반의 경기침체와 12월의 IMF파동이 겹치면서 에어컨생산업체인 만도기계를 비롯 큐닉스컴퓨터, 핵심텔레텍, 선인교역, 대붕전선, 뉴텍컴퓨터 등 멀쩡하던 전자업체들마저 부도강풍이 휩싸였다.
이에 따라 올 한햇동안 부도로 쓰러진 전자업체들은 어림잡아 3백여개사에 이르고 이들 업체의 부도에 따른 피해금액은 적어도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4인터넷은행 2주 앞으로···은행권 격전 예고
-
2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
3
미국 발 'R의 공포'···미·국내 증시 하락세
-
4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5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6
이제 KTX도 애플페이로? 공공기관도 NFC 단말기 확산 [영상]
-
7
보험대리점 설계사 10명중 1명은 '한화생명 GA'…年 매출만 2.6조원
-
8
[ET라씨로] 참엔지니어링 80% 감자 결정에 주가 上
-
9
적자면치 못하는 은행권 비금융 신사업, “그래도 키운다”
-
10
메리츠화재, 결국 MG손보 인수 포기…청·파산 가능성에 '촉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