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연구회」, 「창업스터디」, 「창업세미나」. 요즈음 대학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창업」이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워지고 봉급 생활에 대한 불안이 가중 됨에 따라 일찌감치 개인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전자공학동 3225호실. 회원이 2백여명으로 국내 최대 창업 동아리인 「KB클럽」(KAIST Business Club)의 임원 10여명이 정기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이 동아리가 개최한 「KB클럽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의 당선작을 발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3회째를 맞은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는 KAIST에서 79건을 출품한 것을 비롯해 모두 1백73개 사업 아이템이 출품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금상 2개를 비롯해 은, 동, 장려상 등 총 20개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이번 공모전에는 또 「잠깨우는 의자」를 출품해 장려상을 받기도 한 구미도시가스 GIS팀을 비롯한 직장인들이 12건이나 출품,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창업실무 세미나도 열렸다. 한 학생이 창업정보를 발제하자 전기, 전자, 생명공학, 모험자본 등 각 소모임별로 창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사업전망, 창업방법, 문제점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국내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KB클럽의 경우처럼 이미 창업 관련 초보적인 이론연구 단계를 뛰어넘어 창업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 신제품 개발과 창업에 필요한 금융조달방법 등 실무교육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KB클럽을 이끌고 있는 서윤득 회장(전기 및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은 『KB클럽 출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최근 「위더스」라는 벤처 컨설팅 회사를 차렸고, 또 조만간 「에크론」이라는 반도체 벤처기업을 세울 예정으로 있는 등 동아리 활동이 벤처기업의 실질적인 산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말 설립된 한양대 창업 동아리 「벤처클럽」도 매주 벤처기업 창업관련 세미나를 활발하게 개설, 30여명에 달하는 창업 예비생들로 부터 벌써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벤처클럽 회장 임채선(독문학)씨는 벤처 동아리 활동의 장점으로 『벤처기업 창업에 필요한 정보 교환은 물론 세미나 등을 통해 마음에 맞는 창업 동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이공계 출신 동료들과 함께 곧 인터넷 벤처기업을 만들 계획』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학가 창업 동아리는 이처럼 취업난에 찌들고 판에 박힌 셀러리맨 생활에 치인 젊은이들에게 창업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주는 등 대학의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창업 동아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10개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 벤처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돋아나 최근 1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변대규 건인 사장과 김덕우 우리기술 사장 등 스타 벤처기업가를 배출한 서울대 「벤처」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 연세대, 전남대 등 30여개 대학의 창업동아리 활동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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