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가발 쓴 공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할 무렵 미국의 한 유력 시사주간지는 그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며 「Wigged Chun」 즉, 「가발 쓴 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외양만 빼놓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리라.

최근들어 공연예술진흥협회가 각종 심의수수료를 기습 인상해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는가 하면 일부 게임업체들로부터는 심의기준의 형평성을 의심받고 있는 등 잇단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공연예술진흥협의회는 최근 새 영상물을 포함한 비디오 등의 등급부여를 위한 심의 및 추천 수수료 등 각종 심의관련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대폭 인상, 관련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공진협 측은 심의관련 수수료가 지난 93년 이후 동결돼 수수료의 현실화가 불가피했다고 뒤늦게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업계의 이해를 구했지만 일방통행식 통고를 받은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게임 등 새 영상물 심의기준에 대한 형평성 시비도 쉽게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이달 초 몇몇 잔인한 장면을 이유로 제한합격 판정을 받은 게임수입업체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무삭제 출시된 작품이고 심의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에서까지 문제가 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상당수의 게임 마니아들도 『기존 게임에 비해 특별히 폭력적이랄 게 없는데 심의 정도가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이들의 하소연을 「우는 소리」로 흘려버리기에는 우리 산업계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공진협이 이처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불만 이외에도 공진협이 과거 가위질과 권위의 상징으로 업계에 악명 높았던(?) 공연윤리위원회와 동일시되고 있는 탓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공진협이 스스로 새롭게 변모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지 않았나 싶다. 「가발 쓴 공윤」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존재이유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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