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년간의 NC(수치제어)장치 개발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서면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해 왔음에도 결국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참여업체, NC공작기계연구조합 등이 지금이라도 사업 추진현황을 재점검해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는 개발기간 단축 문제는 접어둔다고 해도 출연금 축소 문제에 관해서는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IMF 구제금융 도입 여파로 인한 정부 예산 축소와 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볼 때 당초 예정대로 자금을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각 지원 과제별로 일정액을 쪼개 나눠주는 형식적 자금 집행보다는 산업의 중요도와 파급효과를 고려해 차등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아직 지원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3차년도 출연금 규모는 물론 최종 4차년도에는 과연 얼마를 지원할 수 있는지 조속히 결정, 업계에 조기 통보함으로써 업계가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정부 출연금 축소 문제와 관련, 국가 기간산업 중에서도 핵심이 될 이 프로젝트의 성사보다는 정부의 실적과시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는 자사의 손익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핵심기술 공동보유와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대의를 우선시해 안정성 있는 NC장치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통합과 각종 개발품의 시험을 담당할 시험평가센터를 중심으로 참여업체간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인데 개발될 NC장치의 신뢰성이 낮거나 개별 기업들이 만든 NC장치보다 성능이 떨어질 경우 이 사업은 「완벽한 실패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산을 위한 최소 생산물량 확보 문제와 관련 이 사업의 총괄책임자인 김일규 NC연구조합 사무국장은 『특히 최소 생산물량 확보를 위한 물량 배분 문제에 관해서는 완전히 시장 기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공작기계 업체들이 일정 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구매하는 의무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NC장치의 성능 평가 단계인 내년 하반기 경 의무사용 여부 및 수량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참여기업들의 입장은 자사 공작기계에 붙여 시험하는 용도라면 몰라도 NC장치의 성능에 대한 검증이 안된 상황에서 수요를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시스템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과제별 업무 협조체계를 재정립하고 SI 점검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 특히 각 개발단계마다 표준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돼야 하며 신기술 특허출원에 대한 참여 기업간 업무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는 업체간 이권과도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원활한 협의가 안 될 경우 정부가 중재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원칙을 만들어 놔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우리나라가 NC장치 개발에 대대적으로 나선 이후 일본을 위시한 독일, 미국 등 NC장치 선발 업체들이 개발 현황 및 제품의 사양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고 기술협력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안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고 수입선 다변화 품목이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만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참여업체들이 이 사업에 전력투구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 분야 기술동향을 감안, 매 연차마다 선진국의 개발동향을 수시로 점검해 개발 목표를 수정해야 할 필요도 있으므로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외국의 전문 컨설팅 업체나 엔지니어링 업체에 자문도 받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합의 김일규 사무국장은 『산적한 문제점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각 업체들이 대부분 NC장치 개발 경험이 있고 다양한 시행착오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점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국내 공작기계 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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