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5)

어찌된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창규 박사는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델 자동절체시스템에 통제실에서 회수한 보드를 끼우고 시험을 계속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다.

정보통신연구소 프로그램 개발팀.

이곳에서는 각종 통신용 프로그램 개발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침투나 장애가 발생한 프로그램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이었다. 현장검증. 그랬다. 김창규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통신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프로그램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 데이터를 이 연구소로 가져와 시험을 하면서 현장검증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김창규 박사를 비롯한 팀원들은 독수리가 그려진 칩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기 위해 모두가 달라붙어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독수리가 그려진 칩의 프로그램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황 박사,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김창규 박사는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최근 입사한 황 박사에게 답답한 듯 물었다.

『김 박사님, 저희도 더이상 건드린 것 없었습니다.』

『회로 전반적인 것에 문제가 생겼다가 자연회복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프로그램에 불과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저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분석해 보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변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이라면 칩의 내부에서 문제가 생겼다가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어.』

『칩 내부의 회로에서 접촉불량으로 전기적 장애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이렇게 변할 수는 없습니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완벽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모델 자동절체시스템에 꽂혀 있는 칩에는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 것이 없었지?』

『그렇습니다. 없었습니다.』

김창규 박사는 독수리가 새겨진 칩을 바라보면서 푸념처럼 되뇌었다. 독수리. 통제실의 자동절체시스템에 꽂혀 있던 독수리가 새겨진 칩은 이제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창규 박사는 김지호 실장의 전화내용을 떠올렸다.

맨홀 화재의 원인이 되는 분전반에도 독수리가 새겨진 칩이 꽂혀 있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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