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지털 가전사업 전열 재정비

지난해말 DVD플레이어를 국내 최초로 출시해 디지털 가전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사업확대를 위해 줄곧 가속 페달을 밟아왔던 삼성전자의 디지털가전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더디게 늘어나고 있는 세계 시장과 이미 이 시장마저 산점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에 밀려 입지확보가 어렵게 되면서 그동안 차세대 유망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앞세워 과감한 행보를 거듭해왔던 삼성전자가 디지털 가전사업 전반에 걸쳐 재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의 도시바, 마쓰시타와 거의 동시에 DVD플레이어를 출시했던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도 일본업체들과 거의 동시에 미국시장에 진입하는 등 디지털 가전시장에서는 선발주자로 나서겠다는 강한 포부를 나타냈다. 또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스틸카메라를 잇따라 출시, DVD플레이어와 함께 디지털 삼총사로 구색을 갖추면서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디지털 가전시장에 참여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초반의 위세당당했던 기세가 꺽였음은 물론 총체적으로 전열을 가다듬어야하는 처지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우선 DVD플레이어의 경우 미국, 중국, 동남아, 호주 등 전용 타이틀 공급이 비교적 활발한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DVD시장에 줄이어 참가한 일본업체들의 등살에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올 연말까지 약 5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시장의 경우 현재까지 도시바, 마쓰시타, 소니, 파이오니아 일본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일본에서는 올연말 전체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예상될 만큼 히트를 치고 있지만 지난해 총 수요가 15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은 오히려 10%가량 뒷걸음 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제품보다 저렴한 일본산 디지털 캠코더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안방을 지키는 것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기존의 광학및 AV사업기반을 십분활용할 수 있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따라 신속하게 뛰어들었으나 일본시장을 제외하고는 기타지역에서 수요 증가세가 더딘데다 이미 20여개의 일본업체들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30여개이상의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어 입지를 확보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더군다나 반도체사업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에어컨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전사업이 적자를 면치못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디지털 가전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도 힘든 실정이어서 앞으로 제품별로 승산이 있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시장선점을 노린 무리한 공세보다는 확실한 수요가 있는 곳에 마케팅역량을 집중하고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는 국내시장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상품성 측면에서 대일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내실을 기하는데 당분간 주력한다는 것. 특히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캠코더 사업자체가 오랫동안 적자상태에 빠져있는 점을 고려해 핵심 설계인력과 상품기획인력을 제외하고 불필요한 인력을 대폭 재배치하고 수출도 밀어내기를 지양하고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 국한시키기로 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도 당분간 수출을 보류하고 내수시장에서 인지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무튼 첨단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 업체가 단독으로 내수시장에서 디지털 가전 붐을 일으키는데는 한계라는 점과 일본제품에 대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디지털 사업에 승산이 없다는 점을 삼성전자는 디지털가전사업에서 뼈져리게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인 셈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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