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심벌, 엠블렘을 제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연구소마다 2000년대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독창적인 연구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도되고 있다.
올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산하기관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기관으로 말을 갈아탄 시스템공학연구소(SERI)는 그간 연구소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없었다고 판단, 엠블렘 제정은 물론 로고를 바꾸는 등 대대적인 성형수술에 나섰다.
SERI의 성형수술 작전은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전문연구소이면서도 얼굴이 없어 30여년 동안 각 연구소의 부설기관으로 전락해왔다는 자성에 따른 것.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부에 위치해 있어 외부에 KAIST 부설기관인 것처럼 알려져온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SERI는 연구소로 들어오는 곳곳에 입간판을 세웠으며 최근에는 연구소를 상징하는 조형물 세우기에 한창이다.
원자력연구소 내부 건물을 빌어쓰다 올 초 독립건물을 짓고 나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안전기술원을 상징하는 이미지 통합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영문약자인 「KINS」와 원자핵 주위의 전자궤도 모형을 결합한 심벌마크를 만들어 사용중인 안전기술원은 새로 지어진 건물 중앙에 원자력 안전을 상징하는 대형 조각물을 걸어놓은 상태다. 올 초에는 정원 한가운데 연구소를 상징하는 느티나무를 심어 방문객들로부터 원자력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기계연구원에서 독립한 한국항공우주연구소(KARI)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 경우. 기계연 부설기관부터 이미 독립기관으로 될 것으로 예상해 심벌, 엠블렘을 제정해두고 사용한 케이스. 항우연을 상징하는 엠블렘에는 지구본 가운데 영문약자인 「KARI」를 넣고 「A」자 부분에 로켓을 떠올릴 수 있게 한 것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구본 하단에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우주항공 여신인 아카로스를, 그 아래 영문의 「AEROSPACE」를 뜻하는 라틴어를, 테두리에는 태극문양까지 넣어 말그대로 한글, 영문, 로마신화, 라틴어, 상징도형이 종합된 엠블렘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밖에 생명공학연구소는 정문의 진입로와 울타리를 새로 세워 연구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도록 했으며 표준연구원은 뉴턴이 만유인력을 터득하게 한 실제 사과나무 가지를 꺾어와 심은 「뉴턴의 사과나무」가, KAIST에는 과학영재 산실을 상징하는 「지혜의 종」이 연구소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처럼 연구소들이 제얼굴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연구소 이미제 제고 차원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연구소로 살아남기 위한 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컴퓨터, 정보통신, 생명공학분야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건물, 연구과제 확보를 포함해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며 존재 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제각기 얼굴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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