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들, 98년 사업게획 수립 "진통"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98년 사업계획 수립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예년같으면 벌써 청사진을 완성해 약간의 계수조정작업 정도나 할 시기이나 최근에는 아예 방향조차 잡지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IMF체제 출범으로 인해 급변한 시장환경 때문에 기본적인 사업전략 자체의 수정이 불가피한데다 경영환경 또한 악재와 호재를 혼재해 있어 솔직히 중심잡기가 쉽지않습니다.』(삼성SDS 임원)

무엇보다 업계가 우려하는 사안은 역시 IMF체제 출범으로 가장 기대를 걸었던 공공물량의 수주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저성장 기조의 상황에서 신공항프로젝트나 통합고객정보관리시스템(ICIS) 등 총규모가 수천억대에 이르는 SOC사업은 물론 C4I 등 국방부문의 투자도 지연 내지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들 공공물량들이 IMF체제 구축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사실상의 예산집행이 힘들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98년 물량을 노려 올해 시장선점용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벌였던 일부업체들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망연한 모습이다. 일단 공공물량 수주계획을 내년 하반기에 맞추고 있으나 이마저도 규모나 시기면에서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I업계가 98년 경기변수로 이 보다 더 우려하는 사안은 최근 두드러진 모기업 경영환경 악화. IMF의 재벌해체 요구에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변화조짐을 보이는 모그룹의 기류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결 재무재표 실시 등 투명한 경영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매출보전의 효자노릇을 해온 계열사 SM물량도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EDS시스템의 한 임원은 『내년 성장률을 3%로 묶어둔 것은 사실상 수출성장률을 감안하면 내수시장은 0%나 마이너스 기조로 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 민간 분야의 수주계획은 가장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임박한 금융M&A로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금융사간 시스템이 통합될 경우 호환의 어려움이 많아 신규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2000년 문제해결을 위한 신규 솔루션시장도 만만치 않은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물리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한 업무재구축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SI시장환경의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악재와 호재가 얽힌 이같은 시장환경으로 인해 대다수 SI업체들은 최근 사업목표의 축소조정 수준이 아닌 전면적인 전략 재수정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대형 SI업체들이 98년 사업계획의 주요지로 내건 「내실경영과 해외시장 개척」도 외형확대에 진력해온 그동안의 행태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또 일부업계에서 시작된 최고경영층과 고위 임원들의 물갈이도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시사해주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IMF태풍으로 인한 투자분위기 위축과 모기업의 경영환경 급변은 그룹 계열사로 태동한 국내 SI업계가 처음 직면한 시련이다. 그간 남의 회사 체질개선을 위한 툴을 제공해온 SI업체들이 비록 강요된 상황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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