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저작으로 알려진 중용(中庸)은 송학의 중요한 교재이다. 중(中)이란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용(庸)이란 평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용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중심사상이기도 하다. 인간의 덕(德)은 과잉과 과소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간에 존재한다는 학설이다. 너무 많고 너무 적은 과잉과 과소는 낭비와 인색이 있지만 그 중간에 대도(大度)의 덕이 있다는 주장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용에 대한 이같은 판단과 이해는 오늘날에도 여실히 적용된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70년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할 당시 원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수입은 억제되고 수출을 장려하는데 이바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율급등 현상은 지나친 것에 대한 문제의 속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수출주종품목인 전자제품의 수출도 최근의 환율급등 상황에서 반색할 일이 아닌 것 같다.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30%에 가까운 이득이 생겼으니 수출가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환율급등으로 인한 원자재가 인상이나 제조원가 상승 등 제품 인상요인을 수출가에 반영하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수년 동안 추진해온 수출시장에서의 제값받기 전략도 수출가 인하 요구로 공염불이 될 상황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내수시장 위축현상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이제까지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형편이 좀 나은 실정이었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다는 말은 이제는 물건너간 애기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전자업체들간의 올해 성적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축소와 감원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좌불안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
연말 인사철까지 겹쳐 이래저래 어깨만 축 늘어질 판이다. 행여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서 채칙만 난무하고 당근은 아예 자취를 감추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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