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회장직 취임 10년을 맞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요즈음 「위기」를 느끼고 있다. 지난 87년 12월1일 삼성그룹의 총수자리를 넘겨받은 이 회장은 21세기 삼성의 초일류기업 도약을 명분으로 「제2 창업」을 선포하고 「신경영」을 선언하는 등 의욕적으로 삼성의 개혁과 구조조정을 펼쳐왔으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지난 88년 3월 제2 창업을 선포하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90년대까지는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의 노력은 일단 외형 면에서 상당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87년에 17조4천억원에 불과하던 삼성그룹의 매출액이 작년 72조원을 넘어섬으로써 지난 9년동안 연평균 17.2%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실적도 지난해 3백61억달러로 지난 87년 1백13억달러의 3.2배에 달했다. 이에 비해 삼성의 인력은 작년에 26만명으로 지난 87년의 18만명의 1.8배에 그쳐 직원 1인당 생산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주력업종인 반도체 부문의 경영여건 악화와 자동차시장 신규진입은 삼성의 장미빛 구상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최근 2년동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외 반도체 경기 침체는 삼성의 또 다른 주력업종인 가전, 자동차 부문 등의 투자여건 악화로 이어지면서 이들 업종의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했다. 삼성이 지난 26일 조직 30% 감축과 임원임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혁신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 회장의 신경영이 경기침체 바람 속에 일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최근의 그룹 및 경제 분위기와 이 회장의 위기의식 등을 감안해 그의 취임 10주년 행사를 별도로 개최하지 않고 1일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이 저술한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만 조촐히 가졌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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