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이 연말을 맞아 가전제품의 서비스요금을 대폭 인상했다.LG전자를 시작으로 가전3사가 모두 각 서비스요금을 20정도 올렸거나 인상을 추진중에 있다. 서비스 요금을 올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품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서비스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근 LG나 삼성전자 가전제품이 고장나 AS를 받아 본 사람들은 인상전의 요금과 비교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가전 제품 AS요금은 어느 제조업 분야의 서비스요금보다 싸다. 따라서 충분한 요금 인상요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업체들은 이번 처럼 요금인상을 떳떳하게 내놓고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지 때문이다. AS요금이 비싸다는 소문은 AS가 잘 안된다는 소문만큼이나 판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애프터서비스 품질경쟁은 가전 3사의 경쟁구도가 갖춰지면서 시작됐다. 에프터서비스가 판매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은 대고객서비스라는 명목하에 각사 모두 원가이하의 서비스 요금을 받게 했다. 3년전까지 가전제품 판매가 상승곡선을 그릴때 까지만 해도 서비스요금은 각사에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가 문제 였다.
시장확보 경쟁은 AS부문의 기본틀까지 흔들어 놓았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2년 무상보증 수리를 내놓았고 나머지 2사도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갔다. 보증 수리기간 2년는 상당한 자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95년부터 내수 가전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체감할 수 있는 AS자금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가전3사는 AS가 건당 1만5천원에서 2만원정도의 원가가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증 수리기간의 경우 그나마 무료이다. 따라서 보증 수리 기간이 지난 제품의 수리시에 투자분을 어느 정도 만회하던지 최소한 적정 AS료를 받아야 자금 부담이 줄어 든다. 그러나 어느 회사도 제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증 수리 기간 이후에 받는 건당 서비스요금은 평균 6천∼7천원선으로 최소로 잡아도 건당 9천원정도 비용을 가전업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연간 가전3사가 부담해야 하는 AS비용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1천5백억원 내외이고, 대우전자가 7백∼8백억원 선이다. 이 비용은 AS내용에 따라 해당 사업부에 분담된다. AS부문은 적자로 잡히지는 않아도 결국 품목별 손익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비록 인상 폭이 크기는 하지만 이번 AS요금 인상은 비용부담을 완전 경감과는 거리가 멀다. 가전3사에게는 AS요금 인상보다는 보증수리기간 1년 단축이 더 시급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기간단축은 먼저 시작한 삼성 조차도 쉽사리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할 만큼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업체 개별적으로 건드릴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전사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요금 인상을 통해 AS부문 자금 부담을 경감해나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서비스요금 인상은 폭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갖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인상은 폭보다 돈을 받는 대상에게 얼마나 올랐는지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정책이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거나 지금보다 나쁘게 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르면 그만」이라는 식의 고객기만에는 문제가 있다.
가전사들의 서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결코 이해 시키지 못할 상황이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 내용을 광고하듯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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