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98년 컴퓨팅 환경을 조망해준 "추계컴덱스 97"

컴퓨터업계 최대규모 트레이드쇼인 컴덱스가 올해도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전세계에서 2천1백개사가 1만여점을 출품한 추계컴덱스97은 최근 1, 2년 사이 성격이 분명한 전문전시회가 잇따라 창설되면서 매머드급 종합 트레이드쇼에 대한 무용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열려 나름대로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시회는 초대형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 6, 7군데에서 치러졌던 90년대 초반에 비해 규모가 크게 축소됐지만 지난 1년 동안 컴퓨팅환경의 기술흐름을 정리해보고 98년 한해를 조망해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컴덱스가 누려온 기존의 명성을 유감없이 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19년째 치러진 컴덱스는 전통적으로 행사 하이라이트인 VIP초청 기조연설과 분야별 기술흐름을 조망해보는 콘퍼런스, 신제품 전시회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지는데 기조연설과 콘퍼런스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기조연설자로는 90년 이후 단골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 에커드 파이퍼 컴팩컴퓨터 회장,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에릭 슈미트 노벨 회장 등 4명이 나섰다. 개막 하루 전인 16일 전야제 행사에서 컴덱스 첫 기조연설자 겸 주최측인 지프데이비스컴덱스 포럼 대표자격으로 나선 빌 게이츠 회장은 「성능이 더욱 개선되고 화끈해질 PC」라는 주제를 통해 PC기술이 광범위한 분야에 채택돼가고 있음을 연설했다.

개막일인 17일에는 에커드 파이퍼 회장이 「신컴퓨팅시대의 고객가치창조와 생산성 혁명」이라는 주제를 통해 5년 후 세계 PC시장의 70%는 4대 공급회사들의 몫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18일의 연설자로 나선 존 챔버스 회장은 「네트워크가 기업생산성을 주도한다」라는 연설에서 기업최고경영자들도 이제는 인터넷이 주된 생산도구임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인터넷이 모든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에릭 슈미트 회장은 「네트워크가 여러분을 인식하게 된다」라는 연설에서 네트워크의 새로운 모습은 인간 그 자체이며 네트워크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인지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임을 장담했다.

3백여개 세션으로 구성된 콘퍼런스는 기술콘퍼런스, IT인프라스트럭처, 파워패널, 컴덱스 포커스, 벤처포럼, 마케팅포럼 등 9개 주제로 세분돼 진행됐다. 최대 관심을 모은 기술콘퍼런스에서는 가전과 컴퓨터 통합기술, 개발도구, 정보기술관리, 이동컴퓨팅 및 무선, 차세대 네트워킹, 웹 구축과 설계 등에 대한 전략과 솔루션들이 소개됐다. 또 각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전문업체 최고경영자들이 패널로 나서는 파워패널에서는 에릭 벤해머 스리콤 회장과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데이빗 하우스 베이네트웍스 회장 등이 참석, 자신의 컴퓨팅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과시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센즈엑스포 컨벤션센터 등 세 곳에 마련된 신제품 전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 IBM, 디지털, NEC, 필립스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위시해 최근 급부상한 재즈멀티미디어, 마이크론일렉트로닉스, 캐슬우드, 디지털르네상스, 일루미나에이츠 등이 데스크톱 및 포터블/핸드헬드PC, 서버, DVD 등 주변기기, 각종 애플리케이션, 컴퓨터완구, 개발도구, 네트워크장비, 디지털미디어, 인트라넷 분야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다.

해마다 각 분야 최우수 출품작을 선정해온 컴퓨터전문지 「PC위크」는 올해 IBM의 데스크톱인 「인텔리스테이션 프로」를 비롯, 「피디온」(미쓰비시, 노트북), 「월드마크3480」(NCR, 서버), 「데피니티브 시나리오」(데피니티브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J빌더 클라이언트 서버 스위트」(볼랜드, 개발도구), 「익스체인지서버 5.5」(마이크로소프트, 전자우편), 「트리코덱」(필립스, 디지털미디어) 등을 올해의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개인사용자와 소규모 기업, 유통업체 관계자 등 일반 관람객 대다수는 「윈도CE2.0」기반 핸드헬드PC와 웹캐스트 솔루션, 고성능 DVD장비, 전자상거래 솔루션 보안제품, 펜티엄Ⅱ 프로세서 기반 데스크톱 및 서버 등에 더욱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반응은 내년의 세계 컴퓨팅 환경의 기술 및 시장 흐름을 그대로 예고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한편 국내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등 대기업들의 현지법인을 비롯, KDS, 삼테크, 세진전자등 약 60여개 회사가 독립 또는 공동부스를 통해 참가했지만 한국계 미국기업 재즈멀티미디어를 제외하고는 현지 언론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해 대만, 이스라엘, 싱가폴,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 대조를 이뤘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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