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분스트라 회장 체제로 재기 움직임 활발

네덜란드 필립스가 적극적인 재기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자존심」이란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취임한 코 분스트라 회장체제하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28일 분스트라 회장은 충격적인 조치를 하나 발표했다. 1백6년의 전통을 가진 필립스의 본사를 전원풍의 아인트호벤에서 활기 넘치는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겠다는 것. 그가 추구하는 재기 전략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분스트라 회장이 필립스의 사령탑에 앉은 것은 1년전. 회장 취임 후 그는 적자 상태에 있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문들을 정리하는 등 과감한 조치들을 잇따라 취해왔다.

케이블 운영과 자동차 항법장치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가전 분야에서도 6천명을 감원하고 서유럽에서 생산하던 많은 제품을 아시아와 동유럽으로 이전, 생산토록 했으며 글로벌 구매전략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가전을 중심으로 일부 전략 사업에 집중 투자,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것.

특히 지난 70년대 아시아 업체들이 미국업체들을 몰아 내고 가전 산업의 주도권을 잡았듯이 앞으로는 필립스가 아시아 업체들을 상대로 힘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내년 2월 발표될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연간 매출액 3백60억달러규모인 필립스가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에 대항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반면, 분스트라의 전략사업 집중육성 방침에 따라 의료, 소프트웨어 및 전구 부문과 폴리그램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는 지난 90년 2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 위기에 몰린 이후 자기 혁신에 박차를 가해왔으나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92년과 96년에도 필립스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분스트라 회장의 취임후 상황 변화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올들어 9개월동안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9% 증가한 2백70억달러, 순익은 무려 1백33% 증가한 9억6천6백만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필립스의 순익에 큰 기여를 하고있는 것은 반도체 부문. 순익의 절반이상을 이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필립스는 현재 TV, VCR 등 가전제품에 공급하는 칩세트 판매에서 세계 3위의 업체다.

분스트라는 그러나 가전제품 그 자체의 생산에선 성장률과 마진을 높이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비록 가전이 필립스의 주력 분야이긴 하나 이 분야의 마진폭이 갈수록 줄고 있고 가격 경쟁 또한 치열하기 때문이다. 코스트 절감이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셀룰러폰 시장 공략도 분스트라 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필립스는 90년대 초반 이미 이 시장에서 실패하고 철수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분스트라 회장은 지난 2월 일본 마란츠와 제휴해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에도 세계 시장 진출을 겨냥,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와 25억달러규모의 합작업체 설립에 합의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보급형 시장에서 필립스 제품의 점유율이 늘고 있으며 고급형 시장에서도 6백65달러짜리 「제니」 모델로 호평을 받고 있다.

분스트라 회장은 이에 따라 금세기말까지 모토롤러를 제치고 필립스를 세계 셀룰러폰 시장에서 노키아와 에릭스에 이어 3위 업체로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셀룰러폰 사업이 마진이 좋긴 하지만 필립스의 시장참여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적 지적도 없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국제 영업망을 구축하고 고속 물류 체제를 구축하는 등 필립스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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