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퀴프먼트사 사용자회의 「알파칩 개발에만 전념」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州 애너하임에서는 미국 디지털 이퀴프먼트사의 사용자회의인 디커스(DECUS:Digital Eqipment Computer Users Society)가 열렸다.

디커스는 디지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과 협력사의 모임으로 통상 세미나, 전시회 등을 통해 향후 제품 및 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정보를 주고받는 자리다.

36회째를 맞는 올 디커스 행사도 수천명의 회원과 1백20개 이상의 협력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미나와 전시회, 그리고 심포지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올 디커스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행사 몇일 전에 이루어진 디지털-인텔간의 64비트 알파칩을 둘러싼 제휴합의다.

지난달 27일 디지털과 인텔 두 회사는 매사추세츠 허드슨에 있는 디지털의 알파칩 제조공장을 인텔측이 7억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양사가 인텔칩과 알파칩에 대해 갖고 있는 특허를 향후 10년간에 걸쳐 상호 이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일단 어떤 형태이든 디지털의 알파칩사업 변화를 의미하며 인텔로서는 PC용 칩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서버 등 상위기종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또 나아가서는 64비트 명령어 축약형 컴퓨팅(RISC)칩시장의 판도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알파칩에 대한 디지털의 향후 사업전략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알파칩에 대한 디지털의 입장은 한마디로 인텔은 디지털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 생산만 할 뿐이고, 앞으로도 알파칩 개발은 종전처럼 디지털이 전적으로 맡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브루스 클래플린 부회장도 디커스 기조연설에서 『디지털은 연간 1억5천만달러가 들어가는 알파칩의 공정, 제조부분만을 인텔사에 매각했다』고 밝혀 인텔은 단지 알파칩의 제조 파트너일 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생산공장 매각에 따른 수입은 알파칩과 알파 플랫폼의 성능강화에 투자해 알파 테크놀로지의 계속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알파칩 개발을 적극 추진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디지털의 향후 알파칩사업은 종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생산을 제외한 부분, 예를 들어 알파칩의 디자인과 개발, 그리고 제반 마케팅활동 등은 앞으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것이다.

디지털의 알파칩 관련 장기계획은 크게 로직디자인과 프로세스 개발 두가지로 구성돼 있다. 로직디자인을 보면, 우선 디지털은 내년 여름쯤 디지털의 제3세대 알파칩인 「EV6」를 내놓을 계획이다.

알파칩은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4를 이용한 EV4로 시작돼 현재는 CMOS6을 채택한 제2세대 칩 「EV56」이 생산되고 있다.

차세대 칩인 EV6는 1천5백만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현행 EV56에 비해 클록속도가 2배 정도로 빠를 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도 8배 정도 높고 유닉스, 윈도NT 등 3가지 운용체계를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의 제스 립콘 제품관리 및 개발사업담당 부사장은 『EV6를 현재 연구실에서 시험 사용중이며 현 상황으로는 내년 여름 무난히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또 디지털은 EV6의 다음 제품인 EV7와 EV8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0.18미크론 프로세스를 조기에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인텔은 CMOS6를 사용하는 0.35미크론의 현행 알파칩 생산에서 이후 CMOS7의 0.25미크론 프로세스, 0.18미크론 프로세스로 옮겨갈 예정이다.

디지털이 이처럼 알파칩 생산에서 손떼고 개발에만 전념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우선 주력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부진을 보였던 칩사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 컴퓨터사업에 대한 투자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알파칩 기술에 대한 권리는 계속 유지하면서도 인텔이 칩 전문업체인 만큼 저가로 알파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측은 이번 인텔과의 제휴를 선과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간의 성공적인 제휴, 즉 선이 디자인한 RISC칩 「스팍」을 TI가 제조하는 관계와 비슷하지만 그 위력은 한층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사실상 CPU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알파칩의 위상 제고를 기대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인텔의 제휴를 계기로 RISC칩 시장이 변화될 가능성은 적지 않으며 일단 알파칩 생산으로 RISC 칩 사업에 뛰어든 인텔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은 분명하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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