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형상, 성분, 색채 등 각종 성분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이미지 변환작업을 통해 제3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그래픽(CG)기술이 영화에 활용되면서 영화 제작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인 「눈속임 기술」이 영화에 삽입되면서 최근의 영화들은 「꿈의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영상합성(2D, 3D)기술을 이용한 우주전투 장면을 선보였던 「스타워스」시리즈, 모르핑(Morphing)기술을 사용해 바닥이 일어나 사람이 되는 장면을 보여줬던 「터미네이터2」, 미니어처와 컴퓨터그래픽의 결합을 통해 보다 자연스런 영상합성기술을 선보인 「인디펜던스데이」와 「쥬라기공원」 시리즈 등은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효과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28일 개봉할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감독 폴 버호벤)는 할리우드 최신 특수효과기술의 집대성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곤충 괴물들은 스크린 전면에 내내 등장, 배우들과 함께 격렬한 액션장면을 연기한다. 기존 영화 속의 괴물들은 기술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으슥한 공간에 숨어있다 잠깐 등장했다가는 사라지는 방식을 이용, 관객들로 하여금 유령의 습격을 염려하는 식의 공포감을 조장했다. 그러나 「스타쉽 트루퍼스」의 괴물들은 밝은 대낮에 당당한 연기자로 등장, 인간(배우)들과 뒤엉키고 아예 군단을 형성해 인간을 공격한다. 그것도 인간을 후려치고 잡아 흔들며 짓이기는 포악성을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이같은 「스타쉽 트루퍼스」의 기술적 진보는 할리우드 특수효과 기술자인 필 티펫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프레임 소프트 애니메이션과 모션 인풋(motion input)장치를 집중적으로 사용, 무려 5백50개의 특수효과 장면을 만들어냈다. 공룡이 들판을 뛰어다녔던 「쥬라기공원」에는 1백70개의 특수효과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비해 한국영화계의 특수효과 이용사례는 아직 일천하다. 영화 전면에 괴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단편적인 장면에만 특수효과가 활용될 뿐이다.
예를 들어 마른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주인공의 몸속을 비춘다거나(미지왕), 날아가는 재떨이에 타격대상 인물의 얼굴이 투영된다거나(넘버3), 프레임 안에 들어온 붐마이크선을 지우거나(박대박) 하는 정도다. 차에 깔려 납작해진 저승사자가 일어나고(구미호), 벽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장면(은행나무침대)에 모르핑기법이 활용되고 있을 뿐이며 그나마도 한 두 장면에 그치거나 아예 인지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러한 격차는 영화산업 기반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특수효과비만 무려 1억달러가 투입됐는데, 1억달러는 한국영화계의 연간 총 제작비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화흥행을 위한 한국영화계의 잠재수요도 최대로 잡았을 때 4천만명일 뿐 국제배급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효과뿐만 아니라 영화산업 제반 환경이 할리우드는 황새걸음, 한국영화계는 뱁새걸음』이라며 『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상업영화로는 승부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한국영화 고유의 색채를 찾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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