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저력은 과학기술에서 비롯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제분야에서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원천도 높은 과학기술력 때문이다.
세계는 과학기술 혁신만이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라는 판단 아래 이를 국정지표로 삼고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투자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이들을 과학기술계에서 의욕을 갖고 활동하도록 하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여기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11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16개 정부출연연구소 및 연구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화려하게 개막된 「첨단과학 연구결과 전시회(Hi-Tech R&D Expo 97)」가 빛을 발한다. 1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연구성과를 한자리에 전시하고 연구소간의 연구정보 교류는 물론 산업계와의 연계의 장을 마련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 정보통신포럼이 주최하고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요원, 산업체 관계자 등 모두 1만여명 이상이 참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올해 초 같은 장소에서 국회 정보통신포럼이 23개 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였던 정보통신전시회에 이어 갖는 두번째 행사로 대선을 앞두고 날로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연구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신기술을 원하는 산업계를 위한 뜻깊은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국회 차원의 과학기술정책 지원은 물론 출연연구소들의 산업계에 대한 기술이전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기술은 모두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신토불이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선보인 이동통신 기지국용 전자냉각 모듈, 통신시스템용 DC전원 등 6개 기술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공개한 중형과학관측 로켓과 오는 99년 발사예정인 아리랑 위성, 중형 항공기, 쌍발 복합재료 항공기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기계연구원이 출품한 항공기용 축력형 가스터빈, 고성능 펌프시스템, 원격조정 무인 잠수함을 비롯해 한국전기연구소가 선보인 마이크로웨이브 무선 전력 전송시스템, 초전도선재, 변압기 절연곡 열화 온라인시스템 등 6개 품목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공개한 에너지기술정보시스템, 태양 광발전 기술,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오일화 기술 등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위성방송 제한 수신시스템, 엑시머레이저 노광장비, HDTV용 칩세트 등을, 시스템공학연구소는 컬러영상 일치시스템을, 한국표준연구원은 방사선경보장치, 한국인 인체측정관리시스템을, 한국과학기술원은 한글표준수화통역시스템, 우리별 3호, 장애자 재활공학시스템 등을 각각 선보였다. 이밖에 한국원자력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 한국자원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소와 한국전산원 등도 별도 부스를 마련해 연구소 및 연구실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출연연구기관들이 국내 산업계,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매우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출연연, 대학 및 국, 공립연구소 등이 중소기업에 제공한 기술은 모두 4백83개 과제. 이들 기술은 6백여개 중소기업들에 이전돼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기술이전 성공사례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중소기업인 하나기술에 이전한 레이저용접기 최적화기술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금산산업에 이전한 형광등안정기의 코어설계기술, 한국해양연구소가 해양전자장비(주)에 이전한 데이터로거 관련기술, 항공우주연구소가 현대항공산업에 이전한 항공기부품 소성가공 및 품질평가기술,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금정산업기계에 이전한 보일러 장착형 소각로 관련기술 등이 꼽힌다. 특히 출연연구소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들의 경우 요즘같은 불황에서도 높은 매출신장세를 기록하는 등 정부출연연구소들의 기술이전이 기업 경영면에서도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열악한 연구환경 속에서도 지난 20∼30년 동안 한국형 기술을 다수개발, 산업계 등에 공급해 왔으며 이번 전시회가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간의 기술이전 매개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고 특히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여론주도층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이 뒤따라 줄 것을 기대했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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