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판권료를 기록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가 이달 초 프로테이프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영상사업단이 무려 5백만달러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올라이트」 판권을 획득, 화제를 불러일으킨 「제5원소」가 비디오로 출시됨에 따라 삼성의 흥행시장에서의 마지막 「시험코스」는 모두 끝마친 셈이다.
「제5원소」는 그동안 업계에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왔다. 작품의 완성도도 그것이지만 사상 최대라는 판권료로 인해 숱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액션물 「컷스로트 아이랜드」와 브루스 윌리스의 「라스트맨 스탠딩」,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 등 판권료 3백만달러 이상의 영화들이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무참히 흥행에 실패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계약이었기에 업계의 충격은 더 했다.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삼성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제5원소」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관심 역시 유례없이 높다.
업계는 「제5원소」가 약 2백만명의 흥행을 올렸다손 치더라도 대략 5억∼10억원 정도의 적자는 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판권료 5백만달러에 홍보비, 금융비용 등을 포함하면 50억∼60억원은 족히 투입됐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입은 극장과 프로테이프시장에서의 흥행을 모두 합하더라도 50억원이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측은 「애물단지」가 아니라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업계의 분석을 반박하고 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5원소」의 올라이트 판권료는 4백30만달러에 불과하며 따라서 극장 흥행수입과 비디오 판권료, 그리고 공중파 등 방송판권료 등을 고려하면 홍보비 등 제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오히려 5억원 이상은 벌어들였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특히 「제5원소」의 배급으로 무형의 수입을 더 거두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예컨대 영화계뿐만 아니라 프로테이프시장에서 삼성이 준 메이저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삼성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5원소」를 통해 나름대로의 영화배급망을 갖춘 것은 적지않은 전과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삼성측의 주장에 대해 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반론도 함께 제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측이 무형의 수입을 거두었다는 데에는 수긍이 간다. 이를테면 삼성이 나름대로의 영화배급망을 구축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삼성이 자체 제작한 영화가 아닌 외화를 가지고 그것도 엄청난 판권료를 상쇄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매달린 것은 이미지 측면에서는 무형의 손실로도 볼 수 있다』고 삼성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승부수를 외화가 아닌 우리영화에 먼저 띄웠어야 순리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인 셈이다.
어찌됐던 「제5원소」의 판권료를 능가하는 작품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리수를 둘 만한 작품도 변변치 않지만 영화제작 및 판권의 자금원인 프로테이프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올해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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