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서 송도까지」.
국산 전전자교환기 TDX시리즈 보급회선수가 1천만회선을 돌파했다.
86년 경기도 가평전화국 등 4개 전화국에 최초의 국산 교환기인 TDX-1 2만4천회선이 설치된 지 11년여만에 인천 송도전화국에 최신 국산 교환기인 TDX-10A가 1천만 회선째 설치됨으로써 국내 통신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TDX의 역사는 곧 국내 통신산업의 역사나 다름 없다. 전화 설치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던 시절에서 국내 통신업계가 세계시장을 누비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TDX에 얽힌 관계자들의 땀과 눈물이 오늘의 통신입국을 일구어 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교환기 역사는 35년 10월1일 서울 중앙, 동대문 전화국에 스트로우져 방식의 기계식 교환기 2만8백회선이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6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동교환기와 기계식교환기를 합쳐 10만회선 정도가 보급됐으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화적체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전전자교환기 개발 프로젝트는 이같은 사회적 배경과 기술자립의욕에 바탕해 태동한 것이다.
최초의 국산 전전자교환기인 TDX-1의 개통은 86년 3월1일 전곡, 무주, 고령, 가평 등 4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전전자 교환기술 보유국 대열에 끼었으며 오늘날의 정보통신 황금시대를 낳는 출발점이 됐다.
TDX-1 프로젝트에 참여한 금성반도체, 동양전자통신, 대우통신, 삼성반도체통신 등 4사는 현재의 LG정보통신, 한화정보통신, 대우통신, 삼성전자로 이어지면서 「교환4사」라고 불리는 국내 통신장비 제조업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TDX-1의 개발이 한국에서도 교환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라면 TDX-10의 개발로 국내 교환기산업은 본격적인 꽃을 피우게 됐다고 할 수 있다.
TDX-10 개발 프로젝트는 86년 10월 제6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중 기술입국 실현을 위한 첨단기술개발과제로 탄생했다. TDX-10은 87년부터 89년에 걸쳐 시험모델 교환기가 개발돼 89년 6월부터 개발확인 시험을 실시, 90년 6월에 실용시험이 완료됐으며 91년 2월까지 상용시험을 거쳐 91년 11월에 포항과 구로 전화국에서 최초로 개통됐다.
TDX-1으로 출발한 국산 전전자교환기는 그동안 TDX-1A, TDX-1B, TDX-10, TDX-10A로 발전돼 왔다. 현재는 선진국의 최신 교환기와 맞대결해서도 이길 수 있는 교환기를 목표로 한 TDX-100 개발이 진행 중이다.
TDX 개발에 따른 통신시장의 수입대체 효과는 약46억달러(4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교환기술이 통신기술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력양성, 기술축적의 부수적인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90년대 초반부터는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5억7천만달러 상당의 국산 교환기 수출실적도 올렸다.
TDX 1천만회선 개통에는 과거에의 향수가 섞여 있다. 그러나 국내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경제개발계획에 기반을 둔 TDX프로젝트에의 회고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내년부터는 국내통신시장이 전면 개방돼 통신장비업계나 통신서비스업계 모두 말로만의 통신선진국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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