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76)

드디어 셔터가 내려졌다.

승민은 길 건너에서 황금당의 셔터가 내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모자를 다시 한 번 눌러썼다. 전화. 그 동안 전화는 단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다. 전화선이 끊겼으면 무인경비시스템의 회선도 오프라인이 되었을 것이었다.

승민은 황금당에 셔터가 내려지고 난 후에도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한 사람이 건물 뒤로 사라졌고, 한 사람은 그대로 서서 도로 한가운데 맨홀에서 양수기로 퍼 올리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 사람 키보다 더 큰 케이블 드럼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와 기다리고 있는 사람 앞에 멈추었고, 그 차는 맨홀에서 뿜어내는 물로 질펀해진 도로에 자국을 남기며 빠르게 사라져 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승민은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하여 더 이상의 계획은 없었다. 상황에 따라 행동할 뿐이며, 그것은 자신의 소설 속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먼저 무인경비시스템이 정말로 오프라인으로 되었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승민은 불이 꺼지고 셔터가 내려진 황금당에서 시선을 놓지 않은 채 어떻게 침투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우르릉, 과르르릉.

전철이 지나치고 있었다. 도로가 울렸다.

『통신은 수많은 단계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통신 시설은 많은 사고 요인들로부터 위협받고 있습니다. 도로굴착, 토목건설공사, 작업자 실수, 차량, 총포 등 인위적인 장애요인과 홍수, 폭설, 낙뢰, 태풍, 고온 등 각종 자연환경으로부터도 지속적인 사고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통신시설에 관한 한 모든 환경자체가 다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하맨홀에 사고가 발행하면 그 여파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맨홀 하나에 수십만 회선의 통신회선이 수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내전화는 물론 국제전화, 무선통신, 군 통신, 경비회선, 신호등, 요사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무인경비시스템 등에 장애가 발생하여 도시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를 대비하여 회선을 이중화 시켜 놓고, 고장 발생즉시 자동절체시스템이 작동하여 고장 회선을 우회하여 통신에 이상 없게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통신은 절체 할 수가 없어 복구 시까지 장애상태가 이어지게 됩니다.』

승민은 맨홀 속에서 들었던 내용을 곰곰이 떠올렸다.

사고지점 통신선 절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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