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74)

전화.

승민은 황금당 내부에 놓여 있는 두 대의 전화를 유심히 살폈다. 전화가 불통이면 무인경비시스템 회선도 오프라인이 될 것이다.

승민은 모자를 다시 한 번 눌러썼다. 황금당. 어떻게 침투시킬 것인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자주 옮겼다. 종업원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황금당 안에 있었지만 승민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우르릉, 과르르릉.

열차가 지나가는 듯 발밑의 땅이 울렸다. 지하철 노선과 병행하여 설치되어 있다는 맨홀. 승민은 견학할 당시 직원이 설명해 주던 내용을 떠올렸다.

지하 맨홀은 지하철망을 따라 지하에 가설된 대략 가로 2.4m, 세로 3m의 사각형 시멘트 관으로, 통신선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통로였다. 통신선로의 지상 노출에 따른 위험성과 미관을 고려하여 땅속에 수용된 통신케이블 전용통로인 맨홀에는 일반전화회선, 시외회선, 국제회선과 같은 각종 통신케이블이 수용되어 있었다.

지난 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설치되기 시작한 통신용 맨홀은 현재 전국 약 2백40㎞에 이르는 곳의 대도시와 굴곡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돼 있으며, 이 중 서울에 1백33㎞의 지하통신구가 지하철 노선과 병행하여 5∼30m 깊이에 설치돼 있었다.

깨끗했다. 승민이 관계직원의 안내에 따라 각종 통신케이블이 늘여져 있는 맨홀 속으로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조그만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통로의 양켠으로 케이블이 빼곡이 포설되어 있었고, 각종 경보장치에 의해 자동으로 컨트롤되고 있었다. 화재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여 화재발생시 감지기가 이를 감지하여 관리실로 즉각 경보를 보내주게 되어 있었다.

운용자들은 긴 거리의 통신구를 하루에 두 번씩 도보로 걸어 순회를 한다고 했다. 케이블 유지상태, 접촉상태, 청소상태를 확인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예방을 위한 점검이라고 했다. 완전 밀폐된 공간인 맨홀 속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승민이 생각해도 그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맨홀 속은 너무나 깨끗했다. 화재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되어있는 듯했다. 일부러 불을 지르기 전에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였다.

화재. 승민은 자신의 소설을 떠올렸다.

어떻게 이처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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