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결산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1일부터 전면 시행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치러 왔던 시외전화 시장은 이제 뺏고 뺏기는 본격적인 고객쟁탈전의 무대로 바뀌게 됐다.

사전선택제 시행을 최후의 카드로 삼고 전력을 기울였던 데이콤은 고객분류 결과 시장점유율이 당초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11%에 그친 데다 지역번호의 「0번」도 삭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자 상당히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데이콤 고객으로 분류되지 않은 가입자들 가운데 082를 이용해 온 고객들이 0820XX 형태의 시외전화가 걸리지 않는다는 항의전화가 1일부터 쇄도하자 앞으로의 마케팅 방향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제2사업자인 데이콤의 이같은 표정은 그 자체로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시행의 공과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선 한국통신과 데이콤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던 시장점유율은 「예상대로」 큰 변화없이 낙착됐다. 이는 우편조회대상자의 범위가 사업자들의 흥정의 대상이 됐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15% 시장점유를 목표로 삼았던 데이콤은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지만 한국통신측은 『매출액 기준으로 11%라고 해도 한국통신 가입자로 분류된 고객 가운데 082를 눌러 이용하는 사람, 데이콤으로 분류된 가입자들도 그동안 데이콤만 1백% 이용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점유율은 더 높을 것』이라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

데이콤은 이에 따라 사업자 선택을 무료로 변경할 수 있는 향후 3개월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영업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와 관련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1천8백50만명에 이르는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데이콤 시외전화를 선택하게 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0번」 처리문제는 원칙대로 한다는 정통부의 방침대로 한 번만 누르는 것으로 낙착됐지만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문제거리로 남아 있다. 0번 처리문제는 문의전화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데이콤 시외전화를 이용해 오던 한 시민은 『이동전화 업체가 무더기로 생겨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 앞으로는 시외전화를 걸 때도 이 전화기가 한국통신 가입전화인지 데이콤 가입전화인지 일일이 물어보고 이용해야 된다는 데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을 볼모로 한 통신사업자들의 이해다툼에 분개했다.

결국 공정경쟁이라는 명분 하에 이루어진 시외전화 사전선택제는 사업자들에게 별다른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 채 전화 이용자들의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결론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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