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源植 정보통신부 산업지원과장
최근의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고 여러 대기업들은 도산하거나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도산이 잇따르고 이들 기업에 대출해 준 은행은 막대한 부실채권 회수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 등 종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상품들이 활기를 잃고 경상수지 적자가 작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올해에도 1백5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증권도 체감경기도 바짝 얼어 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전개는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면서 결국은 기존 우리나라 산업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땀으로 얼룩진 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내었다.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하여 그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였고 그 과장에서 기술도 축적하여 반도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선진국의 경계심도 높아져 원천기술의 제공을 꺼리고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순매출액의 2∼3% 수준이던 기술료가 최근에는 10∼20%대까지 요구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기업의 주요 자산이 공장이 아닌 지적재산권으로 변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비추어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이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는 국가간 장벽이 약해지면서 무한경쟁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세계 최고들과 경쟁해야 하며 항상 세계 도처에서 감지되는 변화가 우리에게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는 모두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좋든 싫든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에서의 경쟁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거니와 개도국들도 자국의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요즘 국제정세이다. 이 가운데 특히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지목되던 미국의 경쟁력 회복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만성적인 재정 및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무재구축(BPR)에서부터 전사적 품질관리(TQC) 즉시조달관리(Just in Time)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FMS) 고객만족(CS) 동시공학설계(CE) 감량경영 등 다양한 경영혁신을 시도하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통신 시스템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였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가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미국은 실업률이 줄어들고 실질임금이 오르고 있다. 또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등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회복하고 있는 징후가 각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경제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한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보화 및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들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의 경영혁신 방안이 모두 정보통신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예컨대 휴즈일렉트로닉스사는 정보통신 시스템을 이용하여 위성 제작기간을 30 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시켰고 월풀사는 공장에 컴퓨터시스템을 도입, 매출액은 1% 줄었지만 이익은 21% 증가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 시스템시스템스사는 고객 지원업무를 컴퓨터화하여 연간 1천명 분의 인건비인 1억2천5백만달러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1인당 GNP 1만달러가 되기까지 적용됐던 경쟁력 향상 방안을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선진국과의 대등경쟁 방안의 패러다임을 미국의 경쟁력 회복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이중고 속에서도 정보화 투자를 늦추지 않았듯이 우리도 21 세기에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보화 투자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중국, 대만 등 동남아 각국은 정보화를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인식,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속기반 구축사업 등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국이 정보화에 매진하는만큼 우리도 컴퓨터의 보급과 정보통신망의 구축, 창의적인 콘텐츠의 개발과 이들의 활용 등 정보통신 산업의 육성에 더욱 노력하고 이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1백m 달리기 기록은 20초에서 10초로 단축하는 노력보다 10초에서 0.1초 단축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21세기에서 선진국과 경쟁하여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노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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