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2차전지사업 누가 맡나

「현대 가족 가운데는 과연 어떤 업체가 2차전지 사업을 맡게 될까」

삼성, LG, 대우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2차전지 사업진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참여를 보류하고 있던 현대그룹의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는 현대 계열사 가운데 어떤 업체가 이 사업을 맡느냐는 것.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올해 들어 2차전지 사업참여를 위한 투자를 시작한 경원산업과 현대시멘트 가운데 한 곳이 유력시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니켈수소전지를 개발중인 경원산업은 추후 리튬이온전지도 개발, 전기자동차 용 및 일반 소형 2차전지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시멘트는 향후 2천억원 가량을 투자해 2차전지와 자동차용 천연가스용기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들 양사는 모두 2차전지 사업을 위한 전단계 사업으로 전지팩 조립사업에 우선 진출, 현대전자의 통신단말기용 전지팩 공급을 통해 전지기술 및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이들 양사가 비슷한 유형으로 2차전지 사업진출을 추진함에 따라 현대측은 그룹차원의 내부조정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2세경영체제가 굳어지면서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되기는 했지만 양사가 모두 현대전자에 초기시장을 의존하는 형국이라 계열사간에 중복투자와 경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지팩 조립사업은 현대시멘트가 지난해말 설립한 성우에너지가 맡게 됐다. 경원산업은 아직 계획단계인 반면 성우에너지는 이미 성남에 전지팩 공장을 마련하고 조립라인을 설치하는 등 준비작업을 마치는 등 경원산업보다 앞서 투자를 진행한 것.

성우에너지는 당초 계획보다는 2개월 가까이 늦기는 했지만 최근 현대전자의 PCS단말기용 전지팩 공급권을 따내 본격 생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추후 생산라인을 총 5개로 증설, 생산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본 게임인 2차전지 사업에서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성우에너지가 2차전지 사업을 위해 이미 기흥 등지에 전지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등 대단위 투자계획을 세워놓고는 있지만 경원산업 또한 전지팩 사업은 일단 포기했지만 2차전지 사업만큼을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실제로 그동안에는 경원산업이 2차전지 사업에는 현대그룹 가족사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성우에너지보다는 유리한 입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 3년여간 전기자동차용 니켈수소전지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다 통상산업부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소형 2차전지 기술개발사업」의 리튬폴리머전지 기술개발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전자가 2차전지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의 계획을 일거에 무산시킬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원산업과 성우에너지는 모두 현대전자의 이동통신 단말기용 2차전지 수요를 보고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터라 현대전자가 2차전지 사업에 나서면 이들 업체로서는 2차전지 사업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하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현대전자는 최근 부도위기에 몰린 T사의 전지사업을 인수하기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2차전지 사업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업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을 대표해 2차전지 사업을 맡을 업체는 경원산업과 성우에너지가 얼마나 발빠르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우선은 현대전자의 참여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2차전지 사업 참여가 점점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업체가 현대를 대표할 주인공이 될지 이들 업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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