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英景 핸디소프트 사장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개인이나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정보화에 앞서지 않고는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정보기술은 사회간접자본의 범주를 넘어서 생존경쟁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한 정보통신산업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주도할 최고의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연일 큰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정보산업의 경우 4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전환시키는 효자산업으로 촉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산업을 수출 전략형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보산업 중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인 소프트웨어는 수출전략 상품으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는 기술개발 환경이나 시장육성 측면에서 그 중요성에 걸맞지 않게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데는 무엇보다 아직까지 소프트웨어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은 정보화를 위한 예산 중 소프트웨어대 하드웨어의 비율이 1.6대1이고, 일본은 그 비율이 약 1.1대1인 데 반해 우리는 정부의 전산예산 비율이 0.17대1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정보통신부가 올해부터 정부 부처들을 대상으로 하드웨어 구입예산의 10% 이상을 소프트웨어에 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턱없이 저조한 실정이다.
또 일반인들도 아직까지 소프트웨어를 「값없이 받아 쓰는 것」으로 인식하는 마인드가 팽배해 있다. 일본에서는 하드웨어 구입비가 약 25만엔이라면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데 약 70만엔 정도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끼워 주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기업들의 무차별 융단폭격식 시장잠식 활동과 국내 대기업들의 과당 출혈경쟁식 시장공략 활동은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취약한 국내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따라서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만이 살 길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닌 미래를 위한 필수사항인 것이다. 그러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에는 업체들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장애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국어, 국제마케팅 등 해외사업을 전개할 인력이 부족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도 취약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즉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그 지역의 언어도 약하고 해외 비즈니스 환경 등 제반 정보가 빈약하며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자금도 턱없이 모자라 우수한 제품이라도 수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주요 전략지역에 지원센터를 설치, 전략제품의 시장조사도 해주고 그 지역에서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파트너 알선도 하면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해준다면 더없이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국내업체들 대부분이 상거래와 관련된 국제법에 취약하므로 인해 속출할 수 있는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수출진흥공사나 상공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거나 해외에 진출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구를 결성하는 일 등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국가적 차원의 제도 마련이 미흡하지만 그래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프트웨어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정보통신부가 나서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무척 고무적인 소식이라 하겠으며 이런 계획들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고 속히 실천에 옮겨지기를 기대해본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수행된다면 그 외의 실질적인 몫은 바로 업계의 차지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은 우선적으로 기술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고 확실한 진출경로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또 시장 자체에 변수가 많고 국내 시장만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하는 즉시 매출로 이어지는 일이 불가능한 초기에는 과도한 투자보다는 단계적인 기술지원과 영업인력 확보 등을 통해 기반 마련에 큰 비중을 두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제품 개발 기획단계부터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타깃시장을 구분, 적절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 본다. 어차피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외국 선진 유수업체들이 이미 석권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경쟁이 어렵다고 봤을 때 틈새시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술정보 분석과 국내업체들간 공동개발 환경구축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편재되어온 소프트웨어 기술이 일본,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의 국가들과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기회 삼아 소프트웨어분야에 최대한의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야만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확보 없이는 국가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거창한 명제나 이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실리를 차치하더라도 양질의 고급 두뇌인력이 풍부한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적인 투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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