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유통정보시스템, 경기불황 발목 뒷걸음질 성장

올들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유난히도 많았던 부도 회오리의 영향이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으로까지 깊숙이 파급되면서 이 분야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시장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지난해 20% 이상의 큰 폭으로 성장했던 것과는 달리 올들어서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유통업계의 투자위축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분야 시스템 공급을 추진해온 대부분의 정보시스템 사업자들의 한숨소리만 높아가고 있다.

최근들어 지방의 한 백화점이 돌아온 몇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를 냈다느니 내일이면 모 유통업체가 부도를 낼 것이라느니 하는 루머 아닌 루머들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아직 이같은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증폭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게 오늘의 유통업계 사정이고 보면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시스템사업자들이야말로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이같은 총체적인 위기국면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라는 요인 이외에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전략정보시스템에 기반을 둔 첨단 유통기법을 동원한 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대거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개방으로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가고 있고 과도한 금융부담 등이 국내 유통업체들을 부도상황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이같은 난국은 사회경제 전반의 불황과 맞물리면서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따라서 유통정보시스템 공급업체들의 영업사정도 당분간 기대난망이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 유통정보시스템 공급업체는 한 유통업체로부터 대규모 시스템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해놓고도 공급대상업체가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 시스템 공급사업 자체가 물건너가기도 했다.

유통정보화의 바로미터격인 POS터미널 공급실적 자료를 보더라도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의 안좋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올들어 상반기 동안의 POS 보급실적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정보센터가 최근 집계발표한 「국내 유통업체 POS시스템 설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에 공급된 POS시스템은 총 4만5천6백여대이며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6백대 가량 감소한 6천4백여대가 공급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8천여대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유통업계가 불경기와 자금난 악화로 정보화 투자에 여력이 없어 POS 도입을 미루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운데에도 올들어 POS터미널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중저가 터미널들이 각 업체들에 의해 대거 출시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중저가 POS터미널을 올들어 대거 선보인 데는 기존 고가기종 중심으로 형성되던 백화점 위주의 대형 POS시장이 한계에 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업체들이 전문점이나 슈퍼마켓, 편의점(CVS) 등 일반 유통업체들에 대한 시장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저가 제품의 출시를 서두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중저가 POS시장은 삼보컴퓨터와 IPC, 삼성전자, 현대정보기술 등이 주도해왔으나 지난해부터 한국IBM이 이 시장에 참여하면서부터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올들어 한국NCR와 한국후지쯔가 중저가 터미널을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시스템 공급업체들간 중저가 POS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전개됐다.

또 한국IPC가 지난해말 무리한 컴퓨터 유통사업 추진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를 내면서 공급이 일시 중단됐던 중저가 POS가 유통물류정보화분야 특화를 주창하며 정보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제일씨앤씨에 의해 지난 4월부터 공급이 재개돼 이 분야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가 POS시장의 활성화는 일반 유통업체에 대한 POS 공급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저가 기기의 공급경쟁은 유통정보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올들어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할인점 시장을 둘러싼 업계간 경쟁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유통업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파괴를 무기로 앞세운 대형 할인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 분야 시스템시장을 잡으려는 업체간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할인점의 경우 정보시스템 공급규모로 볼 때 큰 시장으로는 볼 수 없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적은 자본투입만으로도 진출이 용이해 유통업 진출을 꿈꾸던 대부분의 업체들에 의해 신규 시장진입이 대거 이뤄졌고 현재도 속속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 시장에서는 시스템 공급업체로는 잘만 하면 상당한 매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할인점 시장의 경우 지역별 다점포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1호점 시스템시장만 잡으면 앉아서 장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진출업체 정보시스템 공급권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신경전으로까지 치달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유통시장에서의 가격파괴를 무기로 하는 할인점의 득세로 기존에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전문점 등으로 구분되던 유통업태간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생존을 위한 나름의 전략정보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유통업계의 상황전개에 따라 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무장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보기술을 활용해 판매를 늘려가려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노력이 바로 대고객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단골 고객들을 보다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선진국 유통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자 중심의 판매방식에 대해 국내업체들도 이제서야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들어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보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원할 뿐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와 새로운 정보까지 요구하는 추세로 요구가 발전하고 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시장경쟁의 심화로 경영 압박을 받으면서 인건비 절감과 적절한 재고량 유지 및 가격 경쟁력 증대를 통한 새로운 고객확대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현재 선진국 유통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정보기술 시스템인 수요예측 및 재고조절 소프트웨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 셀프스캐닝 시스템, 전자라벨링 시스템, 스마트 카드, 데이터웨어하우징(DW) 등에 대한 연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이 전략정보시스템으로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고객정보시스템과 데이터웨어하우징 시스템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이들 시스템을 당장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추구하는 개념을 쫓아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즉 유통업체들은 매장의 대형화와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 유통업체간 경쟁심화 등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의 일환으로 판매시점관리(POS) 데이터에 기반한 이들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데이터웨어하우징 시스템과 고객정보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로는 LG마트를 비롯해 킴스클럽, E마트 등 할인 판매점과 백화점 등 대다수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유통업체들이 이들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대형 유통점의 전국적인 체인화와 첨단 유통기법 등의 등장으로 유통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정보, 고객정보, 세일즈분석, 마켓바스킷 등을 근간으로 첨단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매출신장을 꾀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각 대기업들의 유통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품, 고객, 거래선 등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도 이들 전략정보시스템에 관심을 쏟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NCR, 한국IBM 등 유통정보시스템업체들도 이 분야 솔루션을 확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NCR는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 K마트, 시어즈 등에 공급해온 데이터웨어하우징 시스템인 「RAM」을 국내 유통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며 한국IBM도 데이터웨어하우징 솔루션인 「비주얼웨어하우스」와 데이터마이닝 솔루션인 「인텔리전트마이너」를 무기로 이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도 판매관리정보시스템인 마인드 시리즈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할인점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통업체들은 현재 겪고 있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유통정보화를 꼽고 있어 유통정보시스템업체들의 다양한 솔루션 확보전략이 효과를 거둔다면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현재의 부진을 조만간 탈출해 높은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구근우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