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가전시장 선발주자들 딜레마

차세대 가전시장의 주도권을 겨냥해 디지털 가전사업에 서둘러 손을 댄 선발주자들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작년말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를 출시한 이후 올들어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를 상품화, 국내외시장 선점에 나선 데 이어 LG전자 역시 DVD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등 디지털 가전시장에 가세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시장형성이 지지부진하자 시장선점과 수익창출이라는 두갈래 길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세계적으로 DVD타이틀에 지역코드제가 적용되고 있어 근본적으로 타이틀 공급환경이 열악한데다 국내 타이틀업계도 DVD 타이틀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국내시장에 DVD플레이어가 출시된지 지난 1년 동안 고작 7천∼8천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도 타이틀 공급이 활성화될 때까지 아예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밝은 DVD롬드라이브에 주력하기로 사업방향을 조정했으며 해외시장 진출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을 겨냥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상품화한 디지털 캠코더 역시 소비자들의 가격저항과 지극히 한정된 수요로 인해 양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캠코더시장이 연간 총 15만대 규모로 일본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데다 세계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디지털 시대로 넘어간다고 해도 캠코더사업은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LG전자, 삼성전자 양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캠코더사업을 선뜻 포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앞으로 PC 주변기기의 하나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 카메라는 삼성전자, 삼성항공, LG전자, 한국통신이 상품화했으나 일본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진출한 일본업체는 3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시장에도 10여개사의 제품이 등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메라 양산을 당분간 보류하고 기술축적에 주력하기로 했으며 그룹 계열사인 삼성항공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일본 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밖에 원천기술 사용에 따른 특허료 부담이나 핵심부품을 상당부분 일본에서 조달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어 디지털 가전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주력사업인 반도체사업 부진과 사업구조 조정에 따른 여파가 신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디지털 가전분야에 있어서도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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