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 발표한 DVD오디오 신규격은 종전까지 세계 유수업체들이 발표했던 규격보다 기술적으로 월등히 우수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규격은 스테레오 방식으로 최대 1백92㎑의 샘플링 주파수와 24비트의 포맷을 사용하는 것으로 샘플링 주파수의 경우 44.1㎑를 사용하는 기존 음악용 CD보다 4배 이상 높고 도시바 등 세계 유수 전자업체들이 DVD오디오용 규격으로 최근 제안한 96㎑보다 2배 이상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샘플링 주파수란 우리가 귀로 듣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할 때 사용하는 주파수로 주파수 대역이 높을수록 보다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은 20㎐∼20㎑인데 CD의 경우 44.1㎑의 샘플링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넘는 소리는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된다. 공연장이나 연주회장에서 듣는 음악과 집에서 CD 등으로 음악을 듣는 것과의 차이가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새로운 규격은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뿐 아니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까지 재생할 수 있어 보다 생생한 자연음을 전달할 수 있다.
오디오 전문가 이영동씨는 『지난 81년 소니, 필립스가 CD의 포맷을 결정할 때부터 샘플링 주파수 대역이 낮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며 『1백92㎑의 샘플링 주파수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신규격은 고음질을 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분야에서 특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오영남 수석은 『이 규격으로 디스크를 만들 경우 기존 CD와 같은 크기인 지름 12㎝짜리뿐 아니라 8㎝짜리 디스크도 만들 수 있어 12㎝의 디스크로는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을, 8㎝짜리 디스크로는 휴대형기기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새로운 규격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지는 의문이다. DVD오디오의 국제 표준규격 제정을 위해 소니, 필립스, 도시바, 마쓰시타 등 쟁쟁한 전자업체들이 자사가 발표한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니, 필립스 등의 진영에서는 차세대 오디오의 표준규격으로 「슈퍼CD」란 방식을 내놓고 있으며 도시바, 마쓰시타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DVD포럼 진영에서는 최대 96㎑의 샘플링 주파수와 24비트의 포맷을 사용하는 규격을 내놓고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한창이다.
DVD오디오 국제규격은 음반업계 국제운영위원회(I.S.C)가 올 연말까지 제정할 계획이지만 양대 진영의 정치적 싸움이 치열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기술적으로 우수한 규격을 발표했기 때문에 I.S.C가 앞으로 어떤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할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S.C가 DVD오디오의 국제규격을 제정하기 위해 시간을 끌수록 정치적 협상을 할 여지가 많아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의 규격으로 만든 플레이어와 음반용 DVD를 일본 「차세대 오디오협회(AA)」라는 단체에 발표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DVD오디오 규격이 성공하기 위해선 DVD플레이어뿐 아니라 기존 CDP와의 호환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기존 카세트 테이프나 CD는 비록 음질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플레이어나 음반물 등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발표한 규격대로 음반물이나 플레이어를 만들 경우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 여부 및 제품의 가격문제가 사업성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부터 삼성전자가 자사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소니, 필립스 진영 및 DVD포럼 진영에 대응해 어떻게 세력을 확보하느냐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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