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DVD롬 드라이브 시대 열리나

지난 6일 언론사 컴퓨터 담당기자들에게 일어난 해프닝 한 토막. 삼성전자가 2배속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롬 드라이브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마자 LG전자 역시 잠시 후 똑같은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몇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유난히 라이벌의식이 강한 양사의 관계로 미루어볼 때 어느 한쪽의 「물타기수법」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겠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삼성 단독으로 개발한 것보다는 LG까지 동시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제품개발에 의미를 두고 덕택에 기사도 훨씬 키워서 실었다.

DVD롬 드라이브가 뭐길래 이처럼 국내 전자산업의 「양대 거목」이 같은날, 같은 제품의 개발을 똑같이 발표하게 됐을까.

DVD롬 드라이브는 차세대 꿈의 멀티미디어로 불리는 DVD의 PC용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PC에 장착, 기존 DVD는 물론 CD롬, 한번만 기록이 가능한 CDR, 심지어 비디오테이프처럼 여러번 기록이 가능한 CD-RW까지 완벽하게 호환, 소화할 수 있다.

치열한 기록매체 개발전쟁으로 자고 나면 한 가지씩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 명칭과 개념조차 헷갈리기 일쑤인 상황에서 DVD롬 드라이브는 지금까지 선보인 대부분의 첨단 기록매체를 PC에서 지원하는 하드웨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선보인 「SDR-230」은 각 매체의 호환성 면에서 CD-RW까지 완벽하게 지원, 현존하는 최첨단 수준이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DVD는 초당 2천7백60kb, CD롬은 24배속에 해당하는 초당 3천6백kb를 실현, 초고속 매체임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확립한 「세계 정상의 기술기업」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이 제품의 개발에 나서 고속화에 따른 진동, 소음문제를 해결할 오토 밸랜스기능을 특허 출원했다.

LG제품(모델명DRD-820B) 역시 주요 하드웨어 스펙은 삼성과 거의 동일 하다. 고속 CD롬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성가를 얻고 있는 이 회사 기술진이 야심작으로 추진했다. LG는 현재 각 매체와의 호환성 테스트중이며 빠르면 오는 11월께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PC마니아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DVD롬 드라이브의 시대는 과연 열리나. 시장성을 좌우하는 열쇠는 가격과 소프트웨어(타이틀)의 지원이다. 소프트웨어 MPEG의 이용 가능성은 또다른 조건이 된다.

가격 면에서는 일단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해외에선 3백50∼5백달러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데 비해 삼성의 경우 양산에 돌입한다면 일반 소비자 공급가를 20만원 전후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LG도 삼성제품과 큰 격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틀은 양상이 다르다. 아직도 DVD 타이틀은 절대 부족, 당분간은 CD롬 관련기능만을 집중 활용해야 하는데 CD타이틀은 화면 찌그러짐 현상 탓에 모니터 전체 화면을 사용 못하고 작은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어 소비자의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조사기관이나 업체별로 DVD롬 드라이브의 시장규모 예측이 들쭉날쭉이고 업체들도 시장공격 수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눈치이다. 다행이라면 최근 전자업체들의 영상부문 사업이 계속 강화되고 이에 힘입어 타이틀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DVD롬 드라이브시대가 언제부터 개막될 것인가는 일반 소비자 판매에 앞서 PC업체들이 OEM으로 장착하게 되는 비율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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