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SW의 가치평가

요즘들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육성책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같은 육성책에도 불구,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에 대해서 일정액의 대가가 필요하고 이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소비자 스스로가 해야할 것이다. 이는 내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할 때 정보를 제공한 쪽에서는 적지않은 자금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정보제공자로서 그러한 투자에 대해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서적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금액은 결코 책을 만드는데 쓰인 종이값만이 아니다. 오히려 종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책값을 구성하고 있는 상당부분은 종이보다는 그 책 속에 담겨진 내용인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사거나 운동경기장 혹은 전시회의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소프트웨어를 감상하기 위한 대가인 것이다. 대학의 등록금을 납부하거나 학원의 수강료를 내는 것도 지식과 정보를 얻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지 물건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강료를 내지 않고 몰래 강의를 듣는 것을 도강(盜講)이라고 한다. 강의를 도적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불법복제를 해서 쓰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히 도적질에 해당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올바른 대가를 지불하려는 의식이 절대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인정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수차례 강조가 돼 왔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같은 인식확산이 절실한 것 같다.

국가의 경제를 살리고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제조상품의 경우 그 질적수준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고 성장했다. 그러한 국민적 역량을 이제 소프트웨어에 돌려야할 때다. 개발자들을 독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용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당장의 작은 이익 때문에 범법행위를 하기보다는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또한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러한 의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관계자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

우수한 인적자원이야말로 국제경쟁시장에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병역특례제도를 더욱 확대실시하며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인력들을 흡수하여 그들이 마음놓고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그 방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력과 마케팅능력에 기술과 의욕이 넘치는 중소 개발업체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는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전문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기관이나 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우리의 인적자원과 기술수준은 결코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단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미흡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젠 승부수를 두어야 할 때다.

<박원민 코리아실렉트웨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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