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영국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 규제

디지털지상파 방송시대에서는 방송사업자 구도는 물론 규제기구도 복잡 다단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사례를 전제로 한다면 정보산업의 기본구조인 컨텐트,디스트리뷰션,플랫폼의 3분할 구도를 따라가게 된다.

디지털지상파방송사업을 위해 지난 6월말 그라나다와 칼튼의 BDB(British Digital Broadcasting)컨소시엄에 멀티플렉스 면허를 부여하면서 벌어졌던 일은 이같은 전망을 입증하고 있다.

BDB는 멀티플렉스(다중송신)사업자 입찰과정에서 케이블TV를 축으로 구성됐던 경쟁컨소시엄인 DTN을 압도했던 컨소시엄으로 민방의 선두주자인 칼튼과 그라나다에 머독계열의 BSkyB가 손을 잡은 황금트리오였다.

문제는 방송주무관청인 ITC(Independent TV Committee)의 면허교부과정에서 BDB에 대한 BSkyB의 프로그램 공급권은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면서도 지분참여는 금지시킨데 있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이같은 BSkyB의 지분참여 불가 판정은 전기통신사업자의 감독기관인 OFTEL(Office of Telecommunications)과 ITC의 줄다리기가 이유가 됐다.

OFTEL이 방송주무관청과 대립하면서까지 BSkyB의 지분참여를 금지시킨 것은 영국방송사업의 특징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원칙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영국디지털방송의 가장 큰 특징은 4개의 사업자 구도로 나눠진다는 점으로 방송사업자, 전파를 다중하는 멀티플렉스사업자는 ITC가 관할하고 플랫폼사업자인 고객관리기능의 CA(Conditional Access)사업자와 통신사업자는 OFTEL이 관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국 최대의 민간방송 ITV의 전송부문이 매각됐고 올초에는 공영방송인 BBC의 전송부문도 디지털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자본인 캐슬타워 컨소시엄에 매각된 상태이다.

이러한 방송사업자 및 관할구도에서 OFTEL은 BSkyB가 디지털방송시장에서 컨텐트와 전송네트워크 양쪽을 독점할 경우 전기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우려를 ITC에 표명했고 ITC는 이를 받아들였다.

OFTEL의 시각은 디지털방송의 추세속에서 전세계가 아노미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OFTEL의 기본인식은 방송사업자,멀티플렉스사업자,전송을 담당하는 통신사업자,CA사업자가 각각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종래의 방송사업자가 디지털화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조달하려고 한다면 커다란 투자위험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 외에는 타업계의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시각이 삽입돼 있다.

이는 방송사업자나 영국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적시한 것이다.

방송사업자로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을 동시방송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이중투자를 할 수 없었고 또한 정부입장에서도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해 무한정 공적자금을 투자할 수 없었다.

OFTEL이 BSkyB에게 BDB출자를 철회토록 한데에는 고객을 관리하는 CA부문도 또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지상파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야할 BBC나 ITV 각사들은 올초 BSkyB의 CA시스템을 오픈규격으로 하고 이를 타사의 방송에 대해서도 공평하고 타당한 조건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었다. 물론 OFTEL은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이미 발표한 상태였다.

이는 디지털지상파방송의 멀티플렉스사업자인 BDB에 대한 BSkyB의 지분참여를 허용할 경우 BSKyB는 방송사업부문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BSKyB가 막대한 컨텐트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프로그램공급업자,멀티플렉스사업자,CA사업자로서 각 부문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디지털방송시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과 가능한 처리대응방안이 영국에서 이미 벌어졌던 것이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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