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장애인용 통신단말기의 "허와 실"

그동안 정보통신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장애인,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 단말기가 잇달아 소개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복지 정보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정부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이를 추진중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에만 5~6종에 이르는 장애인용 통신단말기가 출시될 정도로 정보 장애를 해소할 수 있는 단말기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우통신, 열림기술은 최근 공동으로 귓속에 있는 골도 청각을 이용해 청각장애인과 고령자들이 정상인처럼 통화할 수 있는 「골도 전화기」를 개발했다.

이에앞서 삼성전자도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삼성기술원 등과 공동으로 고음,저음을 선별적으로 증폭시켜주는 청각장애자 및 난청자용 「이퀄라이저폰」과 문자 인식 기술을 이용해 단순한 키보드 조작 만으로 시각 장애인들이 편지, 글쓰기 등 문서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시각 장애인용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또한 무선데이터 전국사업자인 한세텔레콤도 문자, 그림 등의 이미지를 펜으로 작성해 무선호출, 팩스, 단문 전송 등이 가능한 청각장애자용 문자 휴대폰을 출시하는 등 최근들어 장애인을 배려한 통신단말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정보통신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특정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통신단말기가 전무했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장애인를 위한 제품」이기 보다는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수준에 그쳐 실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삼성전자와 한세텔레콤에서 최근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개발했다는 정보단말기(PDA)의 경우 음성 대신에 문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장애자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방법 또한 일반인 입장에서 설계돼 거동이 불편한 장애자들에게는 활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며 가격 또한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다.

최근 국제 장애인 복지대회와 관련해 열린 전시회에 참석한 한 장애인은 『이들 통신단말기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개발된 제품이기 보다는 일반인 입장에서 개발된 제품을 장애인을 상대로 판매할 뿐이라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순수하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수 전화기 또한 마찬가지다.

특수전화기도 사용할 수 있는 층이 너무 좁아 가격이 고가일 뿐더러 시장 창출의 어려움으로 중도에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직접 장애인의 손에 가기까지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지난 90년초 필리아라는 중소 전화기업체가 장애인을 위한 단말기 등 특수 용도의 전화기를 전문으로 생산해 왔으나 마땅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소 차원에서 개발하더라도 이를 이전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업체를 지 못해 개발에 만족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업체에서도 장애인용 단말기 개발를 기피하고 있으며 개발하더라도 정부시책에 따른 한때의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복지정보통신 개념에서 이들 소외계층이 좀 더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면 한때의 연례행사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의 판로 확대, 저가 및 무상 공급 등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중론이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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