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산업 「골격이 바뀐다」.. 생산구조도 해외 중심으로

우리나라 TV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단순히 방송만을 시청하는 TV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멀티미디어 기기화돼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TV들이 속속 태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TV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이제 수출 주력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한마디로 과도기를 맞고 있다.

아직은 현재의 컬러TV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의 아날로그 기술이 디지털 기술에 자리를 넘겨주면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TV가 새로운 TV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대체로 2000년도를 그 분수령으로 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지난 80년 흑백TV에서 컬러TV로의 대전환 이후 20년만에 또다시 TV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셈이다.

디지털TV는 TV의 방송시청 기능을 양방향 통신기능으로 넓히는 결정적인 요체다. 현재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PC통신과 인터넷 통신은 물론 홈뱅킹, 홈쇼핑, 원격의료, 영상전화 및 회의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창출하면서 멀티미디어 시대의 핵심 단말기로 그 개념이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3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가전업체들은 최근 디지털 위성방송수신TV와 인터넷TV 같은 디지털 TV를 개발, 출시하는 한편 이와관련한 기술력 확보와 신제품 출시를 위한 개발투자에 정성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본사의 TV사업 체계도 현재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 컬러TV 중심에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의 혁명은 화면표시장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처럼 브라운관에 의존하지 않고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같은 새로운 것들이 속속 개발돼 상품화와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들 차세대 화면표시장치는 브라운관처럼 무겁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을 뿐 아니라 평편한 화면을 나타낼 수 있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직은 기술적, 경제적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들 화면표시장치를 대형TV화할 경우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와 같은 정보가전 제품과 어울려 안방극장도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TV의 생산구조도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컬러TV의 국내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3사의 컬러TV 생산구조를 볼때 지난해 이미 해외생산력이 국내 생산력을 추월했는데 올들어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컬러TV 국내 생산능력이 지난해말 연산 6백만대(48%)에서 지금은 5백50만대(44%)로 감소했으며 LG전자는 3백50만대(44%)에서 3백10만대(36%)로 줄었다. 대우전자는 올해 컬러TV 반제품 생산라인을 완제품 생산형태로 바꾸면서 국내 생산능력이 지난해 연 3백50만대에서 4백만대 규모로 증가했으나 해외생산력이 연 5백만대 규모로 확대돼 국내 생산비중은 지난해말 약 50%에서 현재 44% 수준으로 축소됐다. 대우전자는 또 최근 폴란드 현지공장 증설에 착수, 내년 3월말이면 이 공장의 컬러TV 생산력이 연 40만대에서 1백40만대로 대폭 늘어나는 등 컬러TV 생산구조를 조속한 시일내에 현지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따라서 전자3사의 수출용 컬러TV 생산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컬러TV 국내 생산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 중에는 해외생산 확대외에도 내수시장의 수요패턴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20인치 이하의 중소형 컬러TV는 수요가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중심 수요 기종이 25인치에서 29인치로 거의 옮아갔다.

여기에다 컬러TV 보급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수요가 이처럼 고급화, 대형화돼 20인치 이하의 제품생산은 해외로 완전히 돌리겠다는게 전자3사의 전략이다. 전자3사의 TV생산구조는 결국 국내를 포함한 현지분할형 체제로 완전히 바뀌고 국내 사업장에선 내수시장과 이웃 일본시장을 향한 고급 대형제품으로 정예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응하는 차세대 TV의 개발과 생산쪽에 역량을 집중, 우리나라 TV산업의 판도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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