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스크러버 안정성 공방 가열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독가스의 정화처리시설인 배관용 가스 스크러버의 도입이 최근 크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 장비의 성능 및 안정성 문제를 둘러싼 업계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발단은 최근 국내에서 생산된 연소(Burn)방식 가스 스크러버 중 1대가 불완전한 가스처리 및 안정성 결함으로 생산라인에서 폭발사고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국내 관계자들 사이에 유포되면서부터다. 더욱이 폭발소문과 함께 실제 사고장비의 모습을 담은 현장사진까지 나돌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관련 업체들간의 공방은 단순 논의차원을 넘어 신경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소문이 확산되자 사고장비를 제조한 것으로 소문이 난 H사는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나섰고 『사실을 확인한 결과 폭발사고는 전혀 근거없는 소문에 불과하며 현재 유포되고 있는 사진 또한 사고장면이 아닌 정기 수리(오버홀)모습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공식 해명했다.

폭발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진 소자업체측 관계자도 『이번 폭발사고 소문은 장비 관리상의 착오로 인한 단순 오작동이 크게 와전된 것으로 이를 장비성능의 결함으로까지 확대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H사는 이번 소문의 발원지로 국내 경쟁사인 D사를 지목하고 있다. 이 회사가 한 소자업체 연구소의 스크러버 수리장면 사진을 입수해 음해성 소문을 유포했다 것이다.

그러나 D사측은 『우리도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라고 이같은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몇몇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중 일부는 성능 및 안정성 여부가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사고소문은 최근들어 연소방식 스크러버 장비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업체들간 과당경쟁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 이 분야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연소방식 스크러버는 기존 습식이나 흡착식과는 달리 현재까지 그 성능 및 안정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폭발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사고발생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근거없는 사고소문과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독가스의 처리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해당장비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험규격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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