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SW강국의 필요조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이광호

소프트웨어는 고부가가치산업이면서 정보화사회를 선도해 나갈 핵심 전략산업이다. 미국 INC사의 조사는 91년부터 95년까지 5년간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100대 기업중 소프트웨어 업체가 무려 32%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각 부처들은 저마다 다른 민간업체들로부터 전자우편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중인데 이에 대해 정부는 문서호환을 위한 표준 포맷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가이드 라인에 맞는 시스템만 개발한면 어느 곳이든 균등하게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해 수요창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기술혁신이나 시장육성을 위한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년 15% 정도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0년경이면 전체 규모가 9천6백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36%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들의 전산 예산 중 소프트웨어 비율은 20%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여름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총무처의 그룹웨어 무상배포 계획은 우리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표적 사례다. 총무처가 정부예산 절감 차원에서 정부기관이 사용할 그룹웨어를 무상 배포한다고 하고 있으나 국가 경쟁력은 예산을 일부 절감한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들을 고사시켜 외국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진국 어디를 둘러 보아도 정부가 직접 나서 각기관들에게 소프트웨어를 무상배포해 업계의 판로를 막는 일은 없다. 미국의 경우처럼 제품 개발과 공급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필요한 표준규격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창의력 있는 양질의 고급인력이 풍부하다는 면에서 우리도 소프트웨어 강국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편중되어 왔으나 90년대 들어 일본, 독일, 이스라엘, 인도 등과의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기회로 삼아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과 기술 분야의 취약점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체의 노력으로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 간다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01년 소프트웨어 생산 200억달러, 수출 25억달러가 허황된 꿈에 불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 산업수준이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임은 이제 불보듯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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