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추적 행망PC 불법유통 (3);문제점 (상)

행망용 PC의 불법유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은 컴퓨터 유통 시장질서의 문란이다. 시중 유통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제품이 판매됨으로써 오래 전부터 장기침체와 가격파괴바람으로 구조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컴퓨터 유통시장이 다시 한번 치명타를 입게 됐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연쇄부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컴퓨터업체 및 유통업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행망PC의 조달체계 허점으로 또다시 연쇄부도에 휘말릴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행망PC의 기본 규격사양으로 펜티엄 1백66㎒ CPU, 1.6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기본 메모리 16MB, 12배속 CD롬 드라이브, 15인치 모니니터 등으로 정해 놓았다.

물론 제조업체별로 주변기기와 부품을 다소 고급사양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조달청이 정해 놓은 기본예가인 80만원대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전체규격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단 CPU에 한에 각 공급업체가 제조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인텔칩 대신 사이릭스나 AMD사 칩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격차이는 2만∼3만원에 불과해 PC 전체가격에서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제조업체별로 수요기관에 공급하는 행망용 PC가격은 80만원에서 88만원선. 이같은 가격이면 소비자가 각 부품을 전문상가에서 직접 구입해 조립할 때 소요되는 제조원가 수준에도 못미치게 된다. 대기업 PC업체는 유통관리비, 마진, 홍보비, AS비용 등을 포기한 채 부품가격만으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결과이다.

실제 각 행망PC 공급업체가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동급모델의 시중가격이 1백70만∼1백90만원선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조립PC 제품도 이같은 사양이면 1백2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행망PC가 시중에 불법 유입될 경우 가장 큰 피해당사자는 컴퓨터업체 및 유통업체.

행망PC가 기존 유통시장을 잠식함은 물론 소비자들의 가격기대 심리가 크게 하향조정됨으로써 곡 급격한 매기감소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행망PC와 전혀 관계없는 PC업체 및 유통업체들이 행망PC의 불법유통이 연쇄부도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망PC 공급업체들도 치열한 공급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자체 대리점 등이 이같은 변칙적인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자사 PC의 판매격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 적극적인 문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행망PC의 불법유통으로 나타날 장기적인 문제점은 제품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시장원리에 의해 짜여진 유통구조가 뿌리째 흔들린다는 점이다.

용산 등 전자상가의 경우 부도업체 등에 의해 특정 제품이 시중에 덤핑으로 쏟아지면 곧 그 제품 전체의 가격변동이 일어나고 상인들의 사재기, 유통업체들의 물량출하 조절, 제조업체들의 생산물량 조절현상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대 시장혼란이 초래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시중 유통가보다 20∼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쏟아지는 덤핑물량이 이러한데 시중가의 절반 이하로 형성된 행망PC의 불법유통은 그야말로 시장문란 수준이 아니라 시장질서 파괴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상가 관계자는 『PC의 덤핑물량은 컴퓨터 관련업체가 일반적으로 부도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수백대 규모로 시중에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때문에 덤핑행위에 의한 시장질서 문란은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며 『이와 달리 행망PC의 불법유통은 조직적이며 물량규모 및 가격차이가 큰 만큼 시장질서 파괴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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