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97 아시아 어뮤즈먼트 머신쇼 결산

세계 최대의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아케이드 게임시장이 변하고 있다.

「버추어파이터」 「철권」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디오게임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던 일본 아케이드 게임시장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자판기 형태의 「사진현상 게임기」 「경품제공 게임기」 등 기구게임기가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된 「97 아시아어뮤즈먼트머신쇼」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세가엔터프라이즈, 고나미, SNK, 데이터이스트 등 대표적인 일본 아케이드게임업체들은 자판기 형태의 기구게임기를 주력 제품으로 선정, 새롭게 선보여 일본 아케이드게임시장의 변화를 대변했다.

이번 전시회기간 중에 세가엔터프라이즈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을 자랑하는 「버추어 온(Virture On) 2」와 같은 비디오게임을 선보였으나 이같은 대세에 눌려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현재 일본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구게임기는 크게 3종류이다.

고체촬상소자(CCD) 카메라를 내장, 사용자의 모습을 현장에서 즉석 현상해 주는 「사진현상 게임기」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같은 제품은 일반 게임장은 물론 백화점, 지하철, 버스 터미널, 휴게소 등 일반인들이 모이는 대부분의 장소에 설치되고 있다. 특히 중소 아케이드 게임개발업체인 가네코가 27가지의 배경화면과 26개의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터치패드형의 사진현상 게임기인 「프린트 패닉」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사진현상 게임기와 함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경품제공 게임기」이다. 「경품제공 게임기」는 인형 등 캐릭터 상품을 소형 크레인을 통해 끌어 올려 받을 수 있는 형태와 성인용 오락실에 설치돼 있는 속칭 빠찡꼬를 개조, 같은 그림, 숫자가 나오면 경품을 제공하는 형태 등으로 분류된다. 이 게임기는 이미 국내에도 일부 도입됐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일본내에서는 캐릭터산업과 연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기구가 등장했다. 데이터이스터가 내놓은 「스탬프 머신」은 「사진현상 게임기」와 「경품제공 게임기」를 접목시킨 제품이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CCD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고 나면 자신의 모습과 문구가 새겨진 소형 스탬플러(도장)를 자동으로 배출한다.

데이터이스터의 후쿠다 사장은 『스탬프 머신은 제품출시 6개여월만에 6천대 가량이 판매되는 등 일본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일반 아케이드게임에 주력하던 지난해까지 적자경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 제품으로 인해 최근 회사경영이 크게 호전됐다』고 말한다.

이같이 기구게임기가 일본내에서 아케이드 게임기시장을 변화시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가정용 게임기의 보급확산과 함께 새로운 게임 소프트웨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버추어파이터」 「철권」 등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게임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지 못했고 기존 게임소프트웨어가 32, 64비트 게임기 등 가정용 게임기에 탑재돼 업소용 게임기가 차별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구게임기의 선풍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산업의 발달과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경품제공 게임기」가 제공하는 각종 캐릭터 상품이 일본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의 주인공이어서 청소년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으며 「사진현상 게임기」도 배경화면 등을 통해 유명 연예인의 머리 모양을 흉내낼 수 있는 등 게임기의 대중성 확보에 충분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국내에서 기구게임기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회에 국내 산업시찰단으로 참석한 첨단게임산업협회의 홍일래 부회장은 『기구게임기는 기술적으로 전혀 새롭지 않으면서도 일본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기를 개발하는 일본인들의 아이디어 성공이다』며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참신한 아이디어의 창출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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