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대선후보에게 듣는다.. 김종필 자민련 후보

정보화에 앞서가는 나라가 21세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이른바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국가경쟁력 확보에 정보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한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덕목으로 여겨지고 정보화는 국가정책의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4대정당의 후보를 대상으로 질문서를 통해 그들의 정보화에 대한 철학과 정보화정책등을 알아보았다. 이번호에는 새 정치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의 정책답변을 들어보았다. 이번 기획은 전자.정보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본지 독자들이 차기 정부의 정보화정책을 예측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에는 정보화의 수준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함은 물론 문화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될 전망입니다. 실천의지가 담긴 정보화 공약은 무엇인지부터 밝혀주십시오.

▲아직 공약을 확정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잠정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한다면 먼저 정보사회 실현을 위해 공공부문 초고속 통신망을 조기에 구축하겠습니다. 정보고속도로는 제2의 사회간접자본시설로 일컬어질 만큼 향후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미 확정된 제2차 초고속 정보통신망 계획을 늦어도 2005년 이전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조기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민간의 정보화사업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세제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화 투자는 민간이 부담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보화 교육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정보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요금의 인하와 지역 정보화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습니다.

선진국형 고실업률에 대비해 산업의 정보화, 소프트화 촉진을 위해 기술과 지식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 각종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통신산업과 정보기술 인력을 집중 육성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 대도시별로 테크노폴리스를 집중 육성하고 세제지원과 투자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습니다.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과다한 규제, 독점이나 복점을 해제하고 전국 단일통화권도 실현해나갈 것입니다.

또 학교의 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해 학생 1인당 컴퓨터 1대씩 배치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유용한 교육, 학습정보를 제고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사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겠습니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전문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뒷받침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도층의 정보화 의지가 미약해 전문가들이 마련하고 확정한 정보화 추진계획이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정치논리에 좌우됨으로써 예산당국에 의해 집행순서가 늘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소견과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정보화는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사회를 문화, 정보, 지력, 속도의 4대 요소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정보화의 정도가 나머지 요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회생의 돌파구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산업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의 높은 정보욕구와 교육수준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94년 일리노이공대 출신인 마크 안드리센과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제임스 클라크가 공동 창업한 넷스케이프사가 1년 만에 2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과 소프트뱅크사의 재일교포 3세가 일본의 세번째 거부가 된 것 등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정보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국가 최고지도자는 정보시대가 갖는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가 과학기술 전문가를 등용해 이들에게 정책과제를 끝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지원과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정보화가 급진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각 분야의 프로젝트를 통합한 범국가적인 정보화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의 정보통신정책 수립과 집행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보화 추진과 관련한 관장업무가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효율적인 정책수립이나 집행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보화 정책의 일원화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최근 통신사업과 관련한 부처의 이해 조정능력 부재가 노정된 데서 그 당위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의 조정기구 설립과 같은 통합 조정기능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 경우 권력집중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총리실에 전담기구를 설치해 활용하는 방안이 더욱 합리적일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될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반 정도 걸리던 것이 지금은 7시간대로 늘어났습니다. 즉 물류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막대한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정보화를 제시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물류비는 9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5%(58조원)로, 미국 등 선진국의 1.5배나 많아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컨테이너 수송비가 로스앤젤레스까지의 수송비보다 비싼 실정에서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고속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확대가 이미 한계에 이르러 국토개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토를 방사선형으로 개발해 물류를 분산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한편 물류정보망을 구축해 화물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공급함으로써 화물차의 공차운행률을 낮추고 물류 표준화, 규격화를 통해 하역의 작업량을 줄이는 등 물류산업의 정보화, 과학화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정보화를 위한 인재육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컴퓨터 보급 6백만대 시대를 맞고 있지만 정보화를 위한 교육환경은 여전히 척박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치겠습니까.

▲컴퓨터 교육은 외국어 교육보다도 사실상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현대어로서뿐만 아니라 정보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생활필수품인 점을 감안할 때 당연히 기초교육에서부터 가르쳐야 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4학년 수준부터 교과과정에 컴퓨터 교육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학 수능시험에도 처음 2년간 인문계는 선택과목으로, 자연계는 필수과목으로 하되, 시행 3년째부터는 전체 필수과목으로 채택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신주쿠 전자단지 등 지금 많은 국가들이 전자정보 산업단지를 조성해 첨단산업의 메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민간 차원에서 미디어밸리 조성을 위한 노력이 지방단위로 추진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학기술, 정보통신산업은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산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보통신산업은 현재 GDP의 8%에 불과하지만 2000년 초반이면 12% 이상을 차지하고 2백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4백억달러 이상의 수출효과를 가져올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장치를 풀 것입니다. 먼저 값싼 공단부지, 완벽한 기반시설 등이 기본적으로 조성돼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을 체계화해 중추적인 인력을 많이 배출해내야 할 것입니다. 또 제도적인 규제를 없애고 특소세 경감 등 조세지원을 통해 창업을 촉진하는 한편 산, 학, 연간 상호 역할분담과 연계체제 구축을 통해 기술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등 행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자정보산업 관련 제조업체들이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일이 늘어나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고임금 차원이 아니라 국내의 고비용, 저효율 산업구조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면서 앞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산업도 해외로 이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각종 규제와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 등 열악한 기업환경을 이기지 못해 제조업체들이 생산설비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업의 세계화 경영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낙관, 급속한 자본 및 기술유출 등에 따른 부작용을 깊이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산업의 구조조정이나 해외투자 대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산업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과감한 금융개혁을 통해 시장금리를 하향안정시켜야 합니다. 또한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등 고비용구조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무차별적인 해외투자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국제경쟁력을 잃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해외로 이전시켜 자연적인 산업구조 고도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멀티미디어시대로 들어서면서 영상산업의 위상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영화 한 편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익을 누리고 있으며 선진 각국이 영상산업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무공해 산업이면서도 첨단 정보기술을 집약하는 영상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할 의지가 있습니까.

▲현재 세계 10위권에 진입해 있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영상산업의 규모는 중위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는 극영화의 경우 전세계 54조원에 이르는 시장규모에 비해 우리는 0.4%에 불과한 2천억여원에 불과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영영화의 절반이 넘는 60% 정도가 미국 영화이며 1년 동안 우리가 제작한 영화는 70여편에 지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열악한 영상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력이 부족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 강화해야 합니다. 또 소프트웨어 복제방지를 위한 법률적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보화는 필연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확대,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음란정보 유통으로 인한 퇴폐문화 확산 등 정보화의 역작용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정보화 추진을 놓고 급진론과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미래의 우리 생활양식을 뒤바꿔놓을 정보전쟁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절대로 무시되거나 간과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의 예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자주민카드 시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의 도입이 전자문명시대에 능률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의 편의를 위한 순수한 취지라 하더라도 아직까지 개인의 인권이 신장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또는 수사기관에서 개인의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우려를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예외적인 현실을 제외하고는 행정의 과학화와 효율화를 위해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통신교류를 확대하고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남북한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간략히 밝혀주십시오.

▲북한과의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순조로운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는 한편 남북한 통신교류를 적극 추진해 상호 신뢰의 축적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학교마다 인터넷교실을 1개씩 개설해 주겠다고 공약해 네티즌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초등학교에 인터넷교실 설치공약을 내걸 의사는 없습니까.

▲열악한 우리의 교육재정에서 인터넷교실을 단기간에 별도로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봅니다. 대신 학교 도서실을 전산화해 교육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도서실 중심의 정보화 교육체계를 갖추도록 할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행정부와 국회 등에 채용돼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서 활약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가의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 연구기관이나 학계 또는 민간기업의 경험많은 전문가를 채용해 활용할 의사는 없습니까.

▲21세기 사회, 경제적 변화에 부응하는 인력수급은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이나 중요한 현안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경우 특히 민간부문의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고도의 행정서비스는 작은 정부의 실현과 민간부문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인 바, 과학기술, 정보통신, 환경 등 격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공공부문에선 문제해결 능력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민간부문도 공공부문과의 인력교류를 통한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민간부문 전문인력은 21세기 국가발전의 전략적 차원으로 적극 활용돼야할 것입니다.

-인터넷에 의한 상거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지난 7월 클린턴 미 대통령의 비관세원칙 발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중되고 있고 한, 미 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는데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에 대비한 특별한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현재 전세계에서 인터넷을 통한 거래규모는 연간 5억달러에 이르며 2000년에는 6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지구촌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밝히면서 인터넷 상거래를 무관세화하고 내국세 신설 금지 및 상거래 통일규칙 제정 등을 제의했습니다. 전자상거래가 민간자율화하면 기술력이 절대우위에 있는 미국에 대해 무역적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하겠습니다.

인터넷 상거래를 위한 선행투자가 전무한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쌍무협상보다는 WTO 내에서의 다자간 협상에 비중을 두어야 하며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 상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터넷 표준화, 소프트웨어 기술력, 독자 브랜드력 등을 집중적으로 높이고 인터넷 상거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시급히 서둘러야 합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신인프라와 정보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전자지불제도 개발 등 초고속 통신인프라를 적극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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