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정보화 인프라 이대로 좋은가 (2)

세계는 소리 없는 전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으로 국가간 국경이 허물어짐에 따라 기업이든 정부든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고 각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고비용 · 저효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나 항만 등 각종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가 하면 이들 사회간접자본과 관련된 통신 · 정보시스템 등 정보인프라 구축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인터넷 상거래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라는 「인터넷라운드」까지 등장해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을 확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의 정보화가 첫번째 과제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등 선진 각국은 정보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기업이 중심이 돼 일반유통 부문과 통관자동화 부문 등 사용자 요구가 절실한 부문을 중심으로 국가와 민간부문에서 각자 자율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는 다수의 사업자가 자유경쟁 방식으로 다양한 전자정보거래(ED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정보시스템화가 뒤떨어진 통관부문의 경우 정부에서 직접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 92년에 이미 화물운송 관련 기업들중 86%가 정보교환을 위해 컴퓨터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했고,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서 정보관련 비용이 일반 관리비의 15.9% 이상을 자치할 정도로 정보화에 대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항만운영기능 중심으로 정보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공로, 항공, 철도, 물류시설 등으로 물류망과 금융, 보험 등 유관망 및 해외 주요 항만과의 물류정보망 연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물류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연간 매출액의 17%에 달하는 약 7조원의 물류비 손실을 들 수 있다.

이같은 고비용은 기존의 물류관행에 따른 사회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여타 분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정보화 수준에 의한 것으로, 기업들이 고물류비용에 허덕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준 이하의 물류정보화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영세업종의 물류분야 정보화 미흡과 기업간 정보교류 미비, 사전정보 입수 미흡 등으로 사전의 물류계획 수립이 곤란하고, 개별망간의 연계가 미흡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화물유통분야의 정보화가 지체되고 있는 것은 표준화가 미흡한데다 운영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업무처리 절차가 복잡한 데 기인하고 있다. 또 정부의 민원서류가 복잡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통산부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하주들의 수출입 물류요금 현황자료에 의하면 국내 하주가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해올 때 무려 18단계의 물류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수출의 경우 제품생산부터 해상운송까지 15단계에 걸쳐 물류요금을 치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입가액의 14.4~16.3%에 달하며, 수출가의 11.4%에 이르는 것이다.

화물수입때 지불하는 물류비를 보면 해상운송 단계에서 해상운임과 적하보험료를 지불하고 선박이 입항해 하역과 검량단계에서 무려 8단계의 물류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또 부두에서 보세장치장까지 운송료를 비롯해 통관수수료, 파출검사료, 관세사 수수료, 보세장치장 보관료, 보세장치장 사업자의 작업료 등이 부과된다. 그뿐만 아니라 내륙운송시 운송료와 영업용 창고보관료 등을 지불해야 한다.

통산부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물류비용은 미국의 7.7%, 일본의 8.8%, 유럽연합(EU)의 5.5% 보다 2배 이상 높으로 것으로 무역수지 개선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류비 절감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최근 물류분야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물류정보화 관련 국가표준 확립과 중소기업의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지원, 물류거점시설의 정보화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물류비 구조개선 1백대 과제를 선정해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정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지역거점별로 물류유통단지를 조성하고 민간기업들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기업간 물류공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및 부산권에 종합물류거점 시설인 복합화물터미널과 내륙컨테이너 기지를 건설하고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에 복합화물터미널을 오는 2001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물류정보망 구축을 추진, 육상은 물론 해상, 항공 등 개별화물 정보망을 상호 연계해 일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물류 합리화를 위해서는 그 중심축을 물류정보시스템에 둬야 하는데 관계당국의 이 분야에 대한 마인드는 아직까지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종합물류정보망 추진사업만 하더라도 한 사업자가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추진토록 함으로써 계획 자체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물류분야는 특정기관이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서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표준화를 통한 분야별, 업종별 물류정보화를 유도하면서 각 정보망간의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종합물류망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운용하는 것으로만 정보화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 및 운수분야의 정보화는 물류정보화와 맞물려 있는 문제로, 우선 교통혼잡비용을 최소화해 과다한 물류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도모한다는 것과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같은 목적을 위해 오는 2000년까지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중이다.

육운부문에서는 물류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물류정보 전산망을 구축하고 교통시설의 하부구조에 대한 첨단화와 지능화를 통해 교통체계 개선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도로교통 정보화와 관련해서는 지난 93년부터 교통관리시스템(FTMS)이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 구축돼 운용돼왔으며, 스마트카드와 RF테그방식을 이용한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ETCS) 구축도 추진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착수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이나 경험, 노하우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교통 및 운수분야의 정보화를 위해 벌써부터 차세대 도로교통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상용화하고 있으며 시스템의 표준화를 둘러싸고 양측간의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내년부터 아우토반 유료화를 목표로 자동요금징수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오는 2001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동운전과 요금의 자동징수를 실현한다는 계획아래 20여개의 사업분야를 선정, 지난해부터 민관합동으로 본격적인 연구 및 개발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즉 2010년까지 무선탐지기, 전자제어기술을 배한한 완전 자동운전의 실현과 광섬유, 위성통신을 활용한 차세대 도로교통시스템 구축사업에 1백여개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일본은 이 사업추진을 통해 멀티미디어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ITS사업추진도 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업추진에서 보듯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계획하에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부문의 경우도 물류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관습과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정보화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무자료거래에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관행처럼 고착화해 있어 거래정보가 명백하게 드러나 세원이 노출되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과 같은 정보시스템의 활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부업체들이 시장개방과 선진 대형 할인매장업체들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POS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워낙 영세한데다 POS시스템이 고가여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각 관련기관이나 기업들의 정보화 노력 내지는 정부의 지원시책 등도 아직 선진국들의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통정보화의 관건은 유통업계의 POS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유통정보시스템과 제조, 물류업체들의 세계표준 바코드(EAN코드) 채택 및 활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POS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유통과 물류정보시스템은 바코드 스캐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즉 POS시스템용 소비자 구매단위는 낱개포장이든 물류용의 집합포장이든 소스마킹이 필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지난 88년부터 세계표준 바코드인 EAN코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EAN코드를 사용하는 등록업체는 97년 2월 현재 5천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종별로 보면 식품관련업체가 전체의 약 60%인 3천여개사로 가장 많고 나머지 화장, 위생용품업체, 주방용품업체가 각각 3백여개, 가전 및 광학기기업체, 문구류, 의류, 자동차용품, 주류, 제약, 완구류, 유통, 기타 순으로 그나마 특정업종에 치우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유통업체에 공급돼 있는 POS터미널도 97년 3월말 현재 모두 4만2천6백여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를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 및 쇼핑센터가 1만5천5백여대, 슈퍼마켓 9천7백여대, 편의점 6천5백여대, 전문점 9천7백여대, 특수매장 1천1백여대 등으로 아직까지도 대형 유통업체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매유통업종 이외의 여타업종에 대한 공급은 아예 통계수치조차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섬유업계와 일부 백화점을 중심으로 소비자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퀵리스폰스시스템(QRS)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고, 음식료업계를 중심으로 ECR에 대한 검토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 웹서버 구축을 통해 인터넷 가상 쇼핑몰 개설작업도 일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들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소매유통분야 대형 국내, 외 할인점들의 대거 개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외국계 할인점들의 국내시장 공략은 앞으로 우리 유통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더욱 기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이처럼 단숨에 국내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선진화된 유통기법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이같은 판매기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네트워킹화해 있는 유통 및 물류정보시스템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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