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TV 방송이 교착국면을 보이고 있다.
방송 서비스 개시를 1년 정도 남겨두고 대내적으로는 NBC, ABC, CBS 등 3대 공중파 방송사들과 TV생산업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자신들과 다른 표준을 만든 유럽과 디지털 표준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3대 방송사들은 TV생산업체들이 디지털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의 제작을 약속해야만 방송 서비스에 대한 진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BC의 프레스턴 패든 사장은 『TV생산업체들이 이에 협력하지 않으면 디지털TV방송이 좌초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NBC의 로버트 라이트 사장도 『소니, 톰슨, 파나소닉 등 TV생산업체들은 아직 마케팅 계획을 확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방송을 위해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TV업체들도 불평은 마찬가지. 방송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의도나 계획을 수립하는 데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항변한다. 톰슨 컨수머 일렉트로닉의 제임스 마이어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디지털로의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살아 남을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사가 이런 이점을 살린 방송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방송사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서로의 지적대로라면 방송사는 TV업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켜보고 있고, TV업체들은 방송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두고 보는 대립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통의 이해도 있다. 방송사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계속 하락하는 시청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TV업체들은 고화질 디지털TV가 최근 지지부진하는 이윤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V업체들은 방송사들이 기존의 프로그램을 더 많은 채널에 압축해 공중파로 보내는데 디지털 압축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고화질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해 주길 원하고 있다.
여하튼 방송사들은 미 정부의 결정에 따라 내년 가을부터 미국내 10대 도시에서 디지털 방송을 개시해야만 한다. 결정 당시 방송사들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대립하기도 했으나 약간의 조정을 거쳐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채널에 고화질 디지털 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인지 아니면 그것보다 선명도가 떨어지는 프로그램(Lower-Definition Program)을 내보낼 것인지는 방송사의 고유 선택사항으로 남겨졌다. 때문에 ABC의 경우 지난달 고화질 방송을 하지 않고 대신에 유료TV 방송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V생산업체들이 주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이러한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ABC의 이런 주장이 혼란한 상황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했다. ABC의 공식적인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TV업체들은 ABC가 고선명TV(HDTV) 프로그램 제작을 포기하기로 하는 경우 다른 방송사들도 이 결정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CBS와 NBC는 아직 전혀 변화된 것은 없다며 HDTV방송 일정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NBC의 로버트 라이트 사장은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 HBO의 내년 여름 고화질 프로그램 제공 계획을 듣고 『HBO가 하면, 우리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측의 불만과 달리 TV제작사들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사업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내년에 시판될 HDTV의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3천~7천 달러로 범위가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제작자들은 기존 TV로 디지털신호를 받을 수 있는 컨버터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컨버터는 4백~7백 달러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엄청난 이익이 보장된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TV 사업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일찌감치 뛰어들어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랜드 얼라이언스(GI) 시스템이라 명명된 미국의 디지털 표준과 경쟁을 벌이는 유럽의 표준은 디지털 비디오 브로드캐스팅 시스템(DVB). 양 시스템간 차이는 동영상과 전송 시스템에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유사점이 더 많다. 유럽은 지난 1993년 아날로그를 기초로 한 고화질TV를 만들었다가 포기하고 디지털로 전환했다. DVB측은 마케팅 계획을 완성하고 시장 확보에 나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선택은 각각이어서 현재 한국은 미국 표준에 따를 가능성이 높은 반면, 뉴질랜드는 유럽 표준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국가들도 표준을 놓고 계속적으로 검토중에 있다. 미국측 시스템에는 한국 LG전자를 비롯해 돌비사와 제니스전자가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IBM과 휴렛패커드 등 일부 미국 기업들이 유럽 표준에 참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 기업인 톰슨과 필립스는 양측 모두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디지털TV 방송은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또한 이밖에도 컴퓨터와의 연계 문제, 위성방송을 통한 직접 방송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돼 있어 디지털TV 방송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둔 미국 방송관련 업계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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