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외전화 사전선택제의 과제

전화가입자가 이용하고 싶은 시외전화 회사를 미리 선택, 사업자 식별번호 없이 시외전화를 걸 수 있는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도입방식이 시외전화 3사간 합의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당초 2천만명에 이르는 전체 전화가입자를 대상으로 국민투표형 우편신청 방식으로 도입하려던 방안을 포기하고 제2 시외전화 사업자인 데이콤이 자사의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자를 단독 모집하는 형태로 시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98년 말 또는 99년 초 서비스할 예정으로 있는 제3 시외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도 이번에 합의된 방안을 그대로 적용받게 돼 데이콤처럼 독자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하게 된다.

그동안 사전선택제 실시 연기론까지 거론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사업자들이 공정경쟁체제를 확립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합의된 사전선택제 도입방식이 우선 이달 말까지는 데이콤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했지만 11월부터는 한국통신도 고객확보에 나설 수 있어 앞으로 양 사업자 사이에 치열한 마케팅전쟁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시외전화시장의 지각변동까지 몰고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편조회 대상 데이콤 가입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지와 평상시 가입자 이전절차 문제 등 아직 합의되지 않은 세부 협의사항이 남아 있어 시행과정상 여전히 진통을 겪을 소지가 많다. 이들 사안은 양사의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주게 되고 점유율 1% 차이가 연간 2백여억원 상당의 매출 차이를 나타내는만큼 합의가 쉽게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데이콤의 우편조회 범위 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전선택제 도입에 따른 결과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이 제도의 도입배경이 시외전화사업자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국민편익 증진 측면에서 더 값싸고 통화품질이 더 좋은 시외전화를 골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화가입자는 식별번호가 없어져 불편없이 시외전화를 할 수 있으면 품질과 서비스가 우수하고 요금이 싼 사업자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시외전화사업자들은 가입자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업체보다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고 요금인하 등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사전선택제 시행을 합의하자마자 한국통신이 이달 1일부터 시외전화 요금을 9.3% 인하했으며 데이콤도 같은 날부터 한국통신 요금보다 4.5∼5% 싸게 통화료를 조정한 점이 그렇다. 더욱이 앞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시장 지배업자도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신고만으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이같은 요금인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외전화 사업자들이 사전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품질향상에 노력하기보다 과열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는 통에 가입자들의 짜증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사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1인당 1백∼2백명의 고객유치를 배정받아 혈연과 지연을 이용, 전화를 걸거나 방문홍보를 통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고객의 편익보다 사업자의 편의를 앞세웠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들에게 가입자 확보를 강제하는 것이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진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품질 및 서비스 향상만큼 확실한 가입자 확보수단은 없다는 점을 사업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전화 사용자들도 사전선택제 시행초기 사업자마다 다른 요금과 사업자 변경에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용방법에 대한 지식과 요금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고객이 언제든지 시외전화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평상시 고객이 쉽게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이용방법 개발과 함께 요금변동에 대한 홍보가 긴요하다고 본다.

정부도 이 제도의 시행에 앞서 전화가입자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환경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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