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37)

김지호 실장은 강 과장이 부지런히 데이터를 검색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강 과장, 하드웨어 쪽에는 이상이 없는가?』

『네, 이상 없습니다. 이상이 있다면 백업 데이터가 로딩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데이터 입력은 이상 없이 잘 되고 있습니다. 운용프로그램에 이상이 있습니다.』

『자동절체 시스템에 걸린 회선은 어떻게 되었나? 다 절단시켰나?』

『그렇습니다. 혹시 외부회선에서 장애신호가 들어올지 몰라 걸려 있는 회선은 다 절단시켰습니다. 현재는 시스템 자체만 가지고 시험중에 있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강 과장의 작업과정을 지켜보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황금사과 한 알로 인해 시작된 전쟁을 위해 그리스의 모든 국가는 군사를 일으켜 트로이로 진격을 시작했다. 크레타에서, 아르고스에서, 이타카에서, 그리스 본토와 주변 섬에서 검은 배들이 꼬리를 물고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하루속히 파리스의 꾐에 빠져 트로이로 간 헬레네를 되찾고, 그녀를 꾀어낸 왕자의 죄를 물어 복수를 할 것을 맹세했다.

하지만 트로이 성은 난공불락이었다.

수많은 공격에도 결코 성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순간 한 꾀 많은 자가 방안을 제시했다.

매가 비둘기를 쫓는 것에서 꾀를 낸 것이었다.

매가 비둘기를 쫓자 비둘기는 매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벽밑 바위틈에 숨었다. 매도 그 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 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는 위로 날아올라 역시 바위틈으로 몸을 숨겼다. 조금 있으니까 비둘기가 그 바위틈에서 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매는 바로 그 순간 비둘기를 덮쳤다. 따라서 그리스군도 이 매를 본받아야 한다, 이제 힘만으로는 트로이아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며 꾀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한 장수로부터 목마를 이용하자는 방안이 나온 것이었다.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병사를 숨겨놓은 후 성안으로 들어가게 해 한 밤중에 적을 교란시키고, 성문을 열어 기다리는 아군을 성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꾀였다.

결국 그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커다란 목마를 만들고, 그 안에 군사를 숨겨두어 트로이아 군사가 목마를 성안으로 끌고 들어가자 한밤중에 목마에서 내려서 성문을 열고, 성을 함락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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