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36)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

미리 바이러스를 숨겨 놓았다가 그 프로그램이 운용될 때 활동을 시작하게 하여 데이터를 손상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일종.

기본 신호방식이 다르다.

운용프로그램도 다르다.

일반 통신망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김지호 실장은 자동절체 시스템에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바이러스가 침투되었다 해도 데이터만 손상을 입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백업 데이터를 입력시켰을 때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동작했어야 했다.

김지호 실장은 강 과장의 작업과정을 바라보면서 왜 바이러스 이름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붙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평상시에도 트로이 전쟁에서 사용된 목마가 왜 컴퓨터 바이러스 이름으로 사용되었는지 늘 의아하게 여겼었다.

상식적으로는 바이러스를 상대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침투시키고, 그 프로그램이 운용을 시작할 때 바이러스가 침투되면서 해당 파일의 데이터를 손상시키게 되어 트로이 전쟁중에 사용된 목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름이 붙여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트로이 전쟁.

김지호 실장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내용을 떠올렸다.

황금사과 한 알로 시작된 전쟁.

10년 동안 계속된 이 전쟁은 황금사과 한 알로부터 시작된다. 헤라 여신, 아테나 여신, 아프로디테 여신은 사과 한 알을 놓고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지 겨루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그 사과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세 여신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심판관으로 세운다. 사랑의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자기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말을 들은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고 그 사과를 건네준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는 헬레네밖에 없었다. 당시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 왕국의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가 되어 있었다. 파리스가 이 헬레네를 꾀어 트로이로 달아나자 메넬라오스 왕은 그리스 도시국가의 왕들을 소집, 아내를 찾기 위해 한판 싸움을 벌이게 된다.

황금사과 한 알.

그 사과 한 알로 인해 10년간의 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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