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CD롬 고속화 경쟁 32배속서 일단 멈춤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 경쟁이 32배속을 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회전수 증가에 따른 진동, 소음의 확대와 PC업체들의 고속화 요구 감소가 손꼽힌다.

CD롬 드라이브는 그러나 데이터 배포용 매체의 하나로 앞으로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93년 2배속 제품이 처음 등장한 이래 CD롬 드라이브는 4배속, 8배속, 12배속 등 빠른 속도로 고속화가 진행돼 왔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제품은 24배속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32배속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치열한 고속화 경쟁도 32배속을 마지막으로 수그러들 것이라는 견해를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고 있다.

그 이유로 관련업계는 디스크를 32배속 이상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복잡해 원가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CD롬 드라이브 채용주체인 PC업체들이 32배속을 넘는 고속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CD롬 드라이브는 트랙 및 핀트의 미세조정을 위해 각각 트래킹 서보와 포커싱 서보라는 구동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구동장치는 디스크의 회전이 빨라져 진동이 심해지면 오동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또 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과 장치 전체의 진동도 큰 문제가 된다.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가 원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32배속 CD롬 드라이브는 진동,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오토 밸런스기구」라는 장치를 채용한다. 오토 밸런스기구는 디스크의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릴 때 작은 구슬들이 반대편으로 이동해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비교적 간단한 장치다. 따라서 이번 24배속에서 32배속으로의 전환에는 그다지 많은 추가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진동 심하면 구동장치 오동작 문제는 32배속보다 빠른 제품이다. CD롬 드라이브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는 32배속보다 고속인 제품도 얼마든지 제품화할 수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24배속에서 32배속으로의 전환과 달리 그 이상의 고속화는 대폭적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사실 제품의 고성능화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고성능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제품은 개발될 수 있고, 양산에 따라 가격을 낮춰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2배속이 CD롬 드라이브의 한계라는 주장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CD롬 드라이브 대체제품의 등장과 PC업체들의 CD롬 드라이브 고속화에 대한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CD롬 드라이브 채용주체인 PC업체들은 더이상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격상승이 가장 큰 이유지만 CD롬 드라이브 n배속 증가의 허구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CD롬 드라이브는 기술적인 원조인 음악CD 당시부터 일정선 속도(CLV)방식을 채택해 왔다. 음악CD의 1백50kB/초를 표준속도로 통상 그 n배로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드라이브를 n배속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CLV방식은 12배속을 넘어서면서 채용이 어렵게 됐다. 가장 안쪽 디스크에서의 회전수가 너무 높아져 진동을 억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CD롬 드라이브업체들이 채택한 것이 회전속도가 일정한 일정각속도(CAV)방식을 도입한 트릭이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CAV를 채용한 10배속 드라이브가 선보였다. 이후 점차 CAV방식과 CLV방식을 모두 채용, 디스크의 바깥쪽은 CLV로 액세스하고 안쪽은 CAV로 액세스하는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양 방식의 도입을 트릭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CD롬 업체들이 n배속이라고 말하는 제품의 안쪽 회전속도는 사실 n배속보다 늦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n배속 증가를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는 가격상승에 곧바로 연결된다. 바로 이 점이 PC업체들이 더이상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또 CD롬 드라이브를 대체할 제품이 최근 들어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PC 고급기종에는 고속 CD롬 드라이브를, 보급형에는 저속 CD롬 드라이브를 탑재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급기종에는 DVD 드라이브 또는 CDR 드라이브, 보급기종에는 CD롬 드라이브라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PC업체들이 최근 CD롬 드라이브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보급형에 적합한 가격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SW 배포용 용량으로 적당 앞으로 CD롬보다 빠른 데이터 입출력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DVD에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회전속도에서 DVD는 CD의 9배 정도의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4배속 DVD롬이 32배속 CD롬보다 빠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안쪽만 놓고 보면 2배속 DVD 드라이브가 32배속 CD롬 드라이브보다 속도 면에서 앞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CD롬이라는 매체는 이제 DVD로 완전 대체돼 시장에서 소멸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CD롬은 디스크의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CD는 2장을 붙여 사용하는 DVD보다 원재료비를 낮게 책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스크 생산장비인 프레스 가격도 낮다. 또 저작권 관련 환경도 거의 정비된 상태다.

또하나 CD롬의 용량인 6백40MB가 현재로는 소프트웨어 배포용으로 가장 알맞은 용량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동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CD롬의 용량인 6백40MB급 이상은 필요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이다.

결국 플로피디스크가 데이터 교환용 매체로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CD롬 드라이브도 데이터 배포매체의 하나로 앞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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