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테라급 솔리톤 광통신

林東成

89년 한양대 물리학과 졸업

90년 영국 샐포드대 물리학 석사

95년 영국 허리어트 와트대 물리학 박사

96년∼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

지금까지 광통신 기술개발은 광 전송기술의 초고속 및 장거리화를 위해 광섬유에서 가장 근본적인 물질 특성인 손실과 분산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 결과 신기술이 창출 될 때마다 광통신은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이동하고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에르븀이 첨가된 광섬유 증폭기(Er+3 Doped Fiber Amplifiers)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의 상용화는 손실에 의한 전송거리 제한 요소를 없애고 넓은 파장 대역폭으로 대용량 장거리 광통신을 가능하게 했다.

태평양 횡단 해저 광통신시스템의 광섬유선로는 종전만 해도 매 수십㎞마다 광전자식 3R(Reamplification, Reshaping, Retiming) 중계기를 사용했으나 광 증폭기가 개발된 후 이를 이용하는 1R(Reamplification)중계기만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육로 광통신시스템도 광 증폭기 사용으로 전송용량이 10Gbps 이상인 시분할 및 파장분할 다중화시스템이 가능해졌다. 중계거리도 기존 40㎞ 정도에서 3백㎞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광 증폭기의 등장으로 최대 전송거리는 손실에 의한 제약보다 광섬유의 고유한 성질인 분산과 광 신호를 전송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비선형 효과에 의해 결정됐다. 차세대 대용량 장거리 광 통신망의 구현은 광섬유에 광펄스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산과 비선형에 의한 신호의 왜곡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효과적인 분산 보상구도방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솔리톤(Soliton)이다.

스코트랜드 토목 공학자인 J.스코트 러셀은 1834년 에딘버러의 유니온 운하에서 큰 진폭의 물결이 자체 모양의 변화없이 수마일을 진행하는 현상을 관측한 후 이를 「Great Wave of Translation」이라 불렀다. 이후 약 반세기 만인 1895년 D.J.코테웨그와 G.드 브리스는 러셀에 의해 관측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선 비선형 효과의 포함이 필수적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967년 가드너 등에 의해 「Solitary Wave(솔리톤)」은 유체역학, 화학 및 물리학 등에서 유출된 다양한 비선형 방정식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자연현상이며 자체 유지하는 2개의 솔리톤은 충돌한 후 왜곡없이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솔리톤이 발견된 지 약 1백40년 후인 1973년 AT&T의 하세가와와 태퍼트는 솔리톤이 유리매질로 구성된 광섬유에서도 진행할 수 있음을 처음 발표했고 이후 솔리톤이 광통신에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70년대 레이저 기술의 발전은 솔리톤 발생을 위한 충분한 파워와 펄스폭을 갖는 광 펄스 생성이 가능해 솔리톤의 여러 특성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이후 지난 20년간 AT&T와 NTT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선도적인 연구소의 실험결과로 이제 솔리톤은 광 통신에 실제 응용단계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파장에 따른 매질의 굴절률 차이로 정의되는 색 분산은 자연 현상이다. 일반 광섬유의 분산 값은 1천3백10㎚ 부근 파장에서 없어지는데 이 점을 영점 분산파장이라 한다. 이점을 중심으로 장파장과 단파장에 따라 분산상수(Dispersion Parameter:D2)의 부호가 바뀐다. 분산상수가 양인 정상 분산영역에서는 장파장의 파가 단파장의 파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분산 상수값이 음인 비정상 분산영역에서는 반대다. 분산이 전송시스템을 설계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는 광 신호 왜곡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현재 광 전송시스템에서 사용하는 광 신호는 변조 주파수 이상의 선폭을 지닌다. 이 신호가 광섬유를 통해 진행하게 되면 색 분산 때문에 각각의 스펙트럼 성분이 다른 속도로 진행해 결국 펄스 폭이 점점 증가하게 된다. 전송중 펄스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독립 펄스가 각각 일정한 주기를 갖고 입력된다 하더라도 수신단에서 펄스간 상호간섭이 발생해 수신 신호 에러율(BER)이 높아지게 된다. 최대 전송거리는 분산상수에 비례하고 전송속도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만약 2.5 Gbps에서 10Gbps로 전송용량을 높이면 전송 가능한 거리는 16분의 1배로 줄어든다. 그래서 최근 10 Gbps 이상의 대용량 시스템에서 능동적인 분산보상 방법을 통해 분산을 제어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분산과 함께 매질의 근본적인 현상인 비선형 효과는 빛의 세기에 따른 매질의 굴절률의 변화다. 비선형 효과에 의해 광섬유내에는 자기 위상변화가 야기된다. 빛의 강도가 센 펄스인 경우 위상 변화는 펄스의 전달 파장의 시간적 변화 즉 처핑을 유도한다. 이 경우 펄스의 전위에는 광신호의 장파장 성분이, 후위에는 단파장 성분이 위치한다. 예컨대 펄스의 전달파장을 영점 분산점 보다 긴 장파장 값을 갖게 한다면 단파장들이 장파장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비정상 분산영역에서 펄스의 전위 위치에 놓인 장파장의 속도는 감소하고 후위에 놓인 단파장은 속도가 증가해 펄스폭이 압축되는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분산에 의한 압축은 비선형 효과로 균형을 이루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펄스는 펄스 폭의 변화가 없는 솔리톤이 된다. 때문에 솔리톤이 광섬유에서 안정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펄스의 시간 폭, 최대 출력과 분산 및 비선형 상수들이 일정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또 펄스의 형태는 하이퍼볼릭 함수 모양이어야 한다.

솔리톤 발생을 위해 필요한 최소 에너지는 펄스의 시간폭에 반비례한다. 짧은 시간폭의 펄스가 긴 시간 폭의 펄스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10ps의 시간 폭을 갖는 펄스는 약 0.25pJ의 솔리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10G㎐의 전송시스템을 위해 약 2.5㎽의 평균 출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레이저 소스는 모드 로킹 또는 이득 스위칭을 이용한 기존의 통신용 반도체 레이저나 어븀이 첨가된 광섬유 레이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솔리톤 펄스 역시 손실에 의해 일정한 거리로 전송한 후 펄스의 진폭이 작아져 더 이상 비선형 효과가 분산을 완전하게 보상할 수 없으므로 광 증폭기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초기 실험에서는 이득이 전체 광섬유에 일정하게 분포된 라만 증폭기(Distributed Raman Amplifier)를 사용했지만 최근 광 전송시스템에서는 주기적이며 국부적인 이득을 주는 어븀이 첨가된 광섬유 증폭기(Lumped Er Doped Amplifier)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솔리톤의 개념은 손실없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광섬유 자체가 증폭 매질인 라만 증폭기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많은 이론 연구와 실험을 통해 국부적이며 주기적인 증폭도 솔리톤 전송에 심각한 장애가 되지 않음이 밝혀졌으며 10Gbps 전송 시스템에서도 증폭기 간격이 약 1백5㎞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코히어런트 광증폭(Coherent Amplification)은 항상 자율방출잡음을 수반하게 되어 솔리톤 주파수의 임의적인 천이를 유도하고 이는 결국 솔리톤 진행속도에 영향을 미쳐 신호의 도착시간 에러를 유발하게 한다. 증폭기 잡음에 의한 시간에러는 결국 최대 전송 용량과 거리를 제한하는데 이것을 고든하우스 한계(Gordon-haus Limits)라 한다. 고든하우스한계에 따른 전송속도와 전송거리의 곱은 대략 2만4천G㎐-㎞이며 이 한계 내에서는 안정된 솔리톤 전송이 이루어져 신호전송의 신뢰도가 확보된다. 최근 고든하우스 한계에 의한 최대 전송용량과 거리의 곱의 한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 필터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중계기에서 주기적인 신호변조를 주는 방법을 이용해 대용량의 솔리톤 신호를 장거리에 전송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는 지난 93년부터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한 극초단 솔리톤 펄스의 발생과 반복률 향상 및 편광 특성에 대한 연구와 솔리톤 전송의 이론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1.5 ps 펄스폭과 30㎚의 파장 가변 가능한 8자형 고리형 솔리톤 레이저의 연구 결과는 세계 학회에 발표돼 주목을 받았는데 이 결과는 테라(T)급 용량을 갖는 통신용 레이저 소스로 응용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독창적인 편광 특성연구에 의해 광섬유의 파장에 의존하는 복굴절 현상에 의해 2개의 독립적인 편광 모드로 솔리톤 레이저가 발진할 수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 결과는 최소한 2배 이상 전송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원천기술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솔리톤이 차세대 전송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인가. 만약 우리가 광 전송망을 분산없는 파장 영역을 활용해 구성한다면 굳이 솔리톤을 사용할 필요없이 장거리 전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용량 초고속시스템에서는 분산보다 비선형이 전송용량과 거리를 결정짓는 요소라는 사실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적당한 값의 신호 대 잡음비를 얻기 위해서는 단일 펄스 에너지는 일정한 값을 갖어야 한다. 펄스에너지는 최대 진폭과 시간 폭의 곱에 비례하게 되는데 극 초단 시간폭을 갖는 펄스에 일정한 값의 신호 대 잡음비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 진폭의 증가를 야기 시킨다. 이 경우 비선형 효과에 의한 펄스 왜곡이 전송용량과 거리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광 섬유의 분산과 비선형 효과는 항상 존재하며 이는 대용량 장거리 통신시스템 구축을 장애하는 요소로 작용 할 것이다. 따라서 분산과 비선형 효과를 각각 조화롭게 다스리는 솔리톤 전송 기술은 차세대 대용량 장거리 통신 시스템 구축에 핵심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솔리톤 전송시스템이 이제는 기존 NRZ 시스템과 비교하여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경쟁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솔리톤의 대륙간 전송망이나 국가 기간망에서 실제 응용 여부는 상용화한 기존 기술간의 상호 경제성을 비교하고 절대적 우위를 증명함으로써 가능 할 것이다. 솔리톤 전송망은 초고속 미디어 서버, 테라바이트 매체 은행이나 수퍼 컴퓨터와 같은 단일 접점간의 대용량 정보를 교류하는 초고속 TDM 정보통신망에는 조만간 활용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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