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크레이지 마켓

「크레이지 마켓」. 요즘 PC시장을 놓고 이렇게 말한다. 경기부진의 여파로 PC시장이 사상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판매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들어 PC시장을 이같이 부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C는 고부가가치상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판매경쟁의 과열, 제품 고성능화에 따른 과도한 로열티 부담으로 이제는 팔아도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 애물단지로 바뀌어버렸다. 이는 과열된 판매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투자와 지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품을 팔아서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게 된 것이다.

PC산업의 오늘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메이커들은 재고처리를 위해 덤핑에 나서고 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유통질서는 붕괴되고 그 여파로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고 대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난하다.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수요가 하루빨리 활성화시키는 길 밖에는 없다. 메이커들은 이를 위해 일반소비자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에게 불신감만 심어줘 판매증대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의 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다.

PC메이커들은 이같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혁신적인 조치들을 최근들어 잇달아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업체들과 합작을 추진하거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유통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방식을 주문형으로 바꾸고 있다. 이외에 유통망을 대형화, 전문화, 복합화하고 있으며 물좋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PC메이커들의 이같은 행동은 바로 PC산업의 총체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은 물론이다.

PC산업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은 몇년 전부터 충분히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업체들은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