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차기 선장은 누가 될 것인가,숙원지간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기술및 자본제휴는 무얼 말하는가,애플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또 최근 스티브 잡스가 밝힌 간부들의 보너스 동결,안식년제 폐지등 사원복지의 대대적인 감축정책은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가...
지난 보름동안 미국 컴퓨터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에서 보여준 애플의 행보는 모든 업체와 시장분석가,언론,이용자들의 시선을 한 데 모으기에 충분했다.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스티브 잡스 기술고문은 한사코 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소문을 일축했고 거기에 이미 지난 6월 그가 가지고 있던 1백50만주의 애플 주식을 1주만 남겨 놓고 모두 팔아 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짐과 함께 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후보 거론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간 상태다.
또 극심한 빈혈상태에서 MS로부터 1억5천만달러를 긴급수혈 받고 앞으로 제품개발에서도 협력키로 한 합의도 『다행이다,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격려와 함께 『이제 MS의 손아귀안에 들어가 버렸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라는 교차된 비난을 받으며 호사가들의 주된 화제거리로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 6일 보스턴 맥월드 엑스포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스티브 잡스는 MS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사 실권주 1억5천만달러어치를 매입키로 했으며 오피스 98등 MS의 핵심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매킨토시용 버전도 같이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비롯해 제품간에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키로 했다는 제휴내용을 전격 발표,참석자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연단에 선 스티브 잡스의 뒤에는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MS의 빌 게이츠회장이 잡스의 발표를 굳게 확인시켜 주는 환한 웃음을 지여 보임으로써 이들의 과연 전쟁이 끝난 것인가 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물론이고 관련업계와 시장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약속에 과연 어떤 의미와 무게가 담겨 있는지 행간을 읽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잡스는 MS로부터의 수혈을 통해 극심한 자금난에서 한숨 돌리는 동시에 가장 폭넓은 시장기반을 가지고 있는 MS 주요 소프트웨어의 매킨토시용 버전에 대한 약속을 받아 냄으로써 위축되고 있는 맥시장을 일단 구해내자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했다.
반면 MS로선 PC에서 유일한 경쟁상대였던 애플이 망할 경우 반독점법 위반시비에 휘말릴 것에 대비,이에 대한 방패막이로 애플을 살려 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애플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과는 별개로 아직 경영의 진두에 서서 애플 재건을 열심히 외치고 있다.그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띄운 전자메일을 통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 매줄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그동안 5년을 근무하면 6주간의 유급휴가를 주던 안식일제를 폐지하고 간부들의 보너스를 폐지하는 대신 스톡 옵션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 긴축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는 또 직원들 출장비용에서도 장시간 걸리는 비행기의 좌석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지만 10시간미만의 짧은 비행거리는 일반석으로 바꾸라고 주문했다.퇴직금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애플의 이같은 분주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우선 애플 자체의 명확한 제품전략에 제시가 없었다는 게 이용자들이나 협력업체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맥월드 엑스포에서 MS와의 제휴사실만 열심히 떠들었지 정작 향후 제품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전략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매킨토시 이용자그룹도 애플의 불안정한 경영진이나 MS제휴 발표와 같은 깜짝쇼 등에 환멸을 느끼고 이탈되는 분위기가 가속되고 있다.
맥 유저그룹인 「더 미드 시티 매킨토시」나 「뉴턴 유저 그룹」은 실질적으로 문을 닫았고 다른 유저 그룹의 회원수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유저그룹중 하나인 애플 코프스의 경우 2년만에 회원이 1천명에서 6백명으로 절반가까이 떨어져 나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컴퓨터세계에서 가장 밝고 똑똑한 별중의 하나가 이처럼 바보같은 사업결정 때문에 죽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잡스의 긴축경영 의지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눈물나는 기업재편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는 못했다며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반응들이다.
게다가 애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에 제출한 경영전망에서 9월에 끝나는 자사 회계년도 4.4분기에도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이 MS와의 동맹을 맹세했지만 지금 당장 애플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애플은 신형 파워PC 740과 750(코드명 아서)을 탑재한 노트북PC인 「파워북」신제품을 하반기중에 공급할 예정이고 잡스가 넥스트에 있을 당시 만들었던 인텔시스템에서 운용되는 OS및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를 바탕으로 인텔시스템과 호환되는 매킨토시 서버를 만들 계획이며 차세대 OS인 랩소디에 전력을 기울이는 등 나름대로의 일정을 차근히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명예회복」을 다짐하면서 말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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