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B업체 심상치 않다

중소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 지속에다 최근 자금난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부도, 도산, 매각이 잇따르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과 10명 안팍의 종업원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PCB 사업의 특성상 그동안 소규모 영세업체들의 부침이 심했던게 사실이지만 최근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 일부 중견업체들까지 자금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충격을 주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한때 월 2~3만장대의 단면 PCB를 생산하며 입지를 굳혔던 D사가 수 개월전에 전격적으로 문을 닫았으며 또다른 단면 PCB업체인 L사도 부도를 내고 무너졌다. 또 인천소재 양면업체인 C사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도산했으며 지금도 많은 업체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중소 PCB업체들이 장차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을 것이란 사실은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PCB업계의 전반적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上場 PCB 6사중 하나인 한일써키트가 EZC그룹으로 넘어간 것이나 중견 단면업체인 백산전자가 지난해 6월 삼영케이블로 피인수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

이에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수년전부터 업계에 공공연히 나돌았던 연쇄부도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 속에서 동종업체들의 이같은 잇따른 몰락의 불똥이 업계전반으로 확산돼 결국 업계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할까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일부 선발 PCB업체들은 다층기판(MLB)사업의 호조속에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중소업체들의 주력시장인 단면 및 양면시장이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95년 중반이후 PCB경기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일부 대기업과 대형업체들이 공급능력이 남아돌면서 고정비용이라도 뽑겠다는 전략아래 중소업체들의 영역을 마구잡이식으로 공략,그 여파가 하부업체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며 이 과정에서 PCB가격폭락과 업계의 채산성악화를 야기했다.

구조적인 자금난도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서 90년대 초반 은행자금을 끌어 새 공장을 마련,이전했던 상당수 중소PCB업체들이 최근 자금상환에 쫓기면서 과다한 금융비용에 따른 자금난을 자초했다. 특히 올들어 대그룹들의 잇딴 부도와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 선정으로 일부 대그룹을 제외하곤 어음할인마저 어려워져 하부 중소업체들의 자금난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주먹구구식 자금운용과 잦은 인력이동에 따른 생산 및 품질차질 등도 중소 PCB업체를 어렵게 하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하며 『몇몇 국내업체에 의존하는 철저한 내수지향적인 판매구조,고질적인 불량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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