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24)

사내는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며, 리모컨의 숫자를 눌러댔다. 천장의 화면이 바뀌었다.

고릴라.

덩치가 큰 고릴라 두 마리가 화면 가득 나타났다.

소리도 함께 들리기 시작했다.

오오, 소리를 내면서 수컷 고릴라가 암컷 고릴라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뿌아아아, 이어지는 디주리두 소리와 수컷 고릴라의 괴성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네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암컷의 등 뒤로 수컷 고릴라가 올라탔다. 수컷은 허리운동을 해대며 오오, 소리를 질러댔다. 이어 암컷이 쭈그리고 앉고 수컷도 쭈그린 채 뒤에서 행하는 모습과, 암컷이 선 채 몸을 구부리면 수컷이 뒤에 서서 행하는 모습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오오, 수컷의 괴성이 계속 이어지고, 이제 암컷이 두 다리를 벌리고 발딱 누웠다. 흥건히 젖은 국부를 바라보던 수컷이 암컷의 가랑이 사이에 쪼그리고 올라탔다.

또 다른 장면. 암컷이 발딱 눕고 수컷이 마주 보면서 올라타자 곧바로 암컷이 네 발로 수컷의 몸을 휘감았다.

인간만이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해온 체위, 즉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고 행하는 섹스를 고릴라도 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내는 화면을 통해 바라보며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고릴라는 침팬지의 4배에 달한다. 암수의 비율도 반반이다. 수컷의 성기는 몸 크기에 비해 매우 작아 평균 길이가 2.5∼3인치 정도이다. 횟수 면에서도 침팬지보다는 적다. 다만 섹스시간이 침팬지보다는 약간 길다. 암컷은 일곱 살, 수컷은 아홉 살 정도에 섹스에 눈을 뜬다. 성에 있어서 조숙하다고 할 수 있는 침팬지보다는 성적 충동도 약하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인내하며 쾌감을 기대하기보다는 막무가내 식의 섹스를 펼친다.

고릴라가 자랑하는 것은 다양한 체위 구사이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장류가 한두 가지 체위에 국한되어 있는 데 반하여 고릴라는 인간을 무색케 할 정도로 많은 체위를 활용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고릴라는 그 몸이 연체동물처럼 유연해서 그 어떠한 체위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이다.

오오, 오오오. 수컷 고릴라가 질러대는 괴성이 디주리두 소리와 어우러졌다. 시종일관 시끄럽게 진행되는 고릴라들의 섹스. 수컷이 질러대는 괴성은 절정의 순간 더욱 커지고 높아졌다.

사내는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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