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기술연구단장의 거취 문제가 국내 통신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항구 단장은 우리나라 정보통신분야의 2대 업적으로 꼽히는 전전자교환기개발 프로젝트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이동전화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주역.
그는 특히 순수 정보통신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정부와 업계가 공동 추진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무리없이 조율사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차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 물론 정보통신부 장관감이라는 안팎의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박 단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박단장이 이번 주중으로 현대전자의 정보통신분야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대전자 김영환 사장의 요청으로 오는 9월중 현대전자 통신분야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갈 것이며 현대전자와 구체적인 업무 및 역할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라고 현대전자행을 기정 사실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현대전자측도 박 단장의 영입을 포함한 18일자 조직개편 내용을 15일 공식 발표, 박 단장의 현재전자로의 이적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박단장이 20여년간 잔뼈가 굵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떠나기로 결심한 배경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단장 역시 이번 결심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부담스러운 지 현대전자행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 경주 모호텔에 칩거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기술 연구단의 한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이라면 누구라도 기업 현장에서 직접 상용 기술 개발을 추진해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그동안 연구원에서 쌓은 노하우를 일선 기업에서 꽃피우고 싶은 순수한 엔지니어적인 열정이 현대행의 배경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단장의 현대전자 이적설에 대해 전자통신연구원측은 『아직까지 박단장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바 없고 사표제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전자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측이 박단장에 미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박단장이 연구원 창립 20여년동안 TDX개발단, 이동통신기술연구단 등에서 잔뼈가 굵은 원년 멤버라는 상징성과 함께 유무선을 통털어 대형 통신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해본 유일한 간부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연구원 내부에서는 최근 박단장이 양승택 원장과 개인신상면담을 통해 『현대전자측에서 통신분야 기술자문 및 각종 연구개발을 총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 확인돼 이미 현대전자로의 영입이 결정난 상태라고 체념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벌써부터 『박단장이 현대전자로 갈 경우 내년초 임기가 끝나는 양승택원장의 후임과 후임 이동통신기술연구단장에 누구 올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ETRI의 관계자는 『본인이 현대전자로 가겠다면 막기는 어렵겠지만 삼성, LG등 타기업과의 관계와 궁극적으로 21세기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IMT2000) 관련 기술 개발프로젝트를 위해서라도 남아 있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단장이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길 경우 국내 통신업계 판도가 어떻게 변할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전자측은 이번 박 단장의 영입으로 현재 LG와 삼성에 크게 뒤쳐진 CDMA관련 사업 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측의 이번 포석은 CDMA보다는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분야에 입지 강화를 근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현대측이 차세대 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는 위성사업과 IMT2000사업이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21세기 우주산업과 정보통신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잡겠다는 장기전략이라는 주위의 풀이다.
더욱이 박단장이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길 경우 그동안 박단장 밑에서 이동통신관련 각종연구개발을 추진하던 연구원과 관련업계 기술진의 연쇄 이동이 예상돼 국내 통신업계의 대폭적인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박단장의 거취는 이래저래 국내통신업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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